나의 추측이지만 몇몇 이들은 이 글을 기다렸으리라 생각하고, 보고서가 나왔지만 길어서 읽기 힘들었던 이들도 있었으며, 세미나를 듣고 싶어도 시간이 부족해서 듣지 못한 이들도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로 4년째 시장 분석을 발표하고 있는데, 나 스스로도 이 과정을 통해 시장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생기게 된 것 같다. 와인 테이스팅이라는 관념의 세계 이전에 이 와인이 우리 탁자 위로 오려면 수많은 단계, 그리고 자본의 흐름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데이터 분석이 재미있으면서도 숫자 하나, 단위 하나, 지표 하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는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 부담은 커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통해서 한국 와인시장이 좀 더 객관적으로 증빙할 수 있는 성장지표를 가지게 되고, 해외에서도 한국 시장을 바라볼 때 중요한 정보로 활용된다면 그 것은 큰 틀에서 와인 시장의 성장에 이바지 할 것이라 생각한다.

2014년 시장 분석까지는 한 편으로 모든 것을 정리하다 보니 일부 무리하게 내용을 함축하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다. 이에 따라 2015년 시장분석부터는 다음의 세 편으로 나누어서 글을 올릴 생각이다.

1. 트렌드: 당해 연도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트렌드, 차트의 상하곡선 등을 고려한 시장의 거시적 흐름에 대한 분석

2. 2015년 시장: 당해 연도만을 두고 보았을 때 시장 점유율과 국가별 시장 특징

3. 2016년 전망: 당해 연도 통계를 토대로 다음 년도의 시장 흐름을 전망

  이 글은 첫 번째로 2015년까지의 흐름을 살펴보겠다. 한국 수입와인시장은 신의물방울 당시의 화려했던 때와,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간 시기를 제외한다면 전체적으로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1998년 금융위기 당시는 국내 수입되던 와인의 규모가 매우 작았기 때문에 현재 통계 자료로는 큰 의미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수입와인시장은 2003년 1만 톤 수입을 돌파한 이후 2015년 드디어 중량 기준 3만 톤을 넘어섰다. 12년 만에 세 배의 성장을 이루었으므로 CAGR(연평균성장률) 기준으로 본다면 중량은 7.3%, 금액은 7.7%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비정상적 시기로 볼 수 있는 2007년의 중량 규모는 2013년 이미 넘어서서 와인 시장이 안정궤도에 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중량을 병 수로 환산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계산이 필요한데, 관세청에서는 모든 자료를 톤 단위로 획일화 해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kg과 리터 사이의 보정 계수를 계산한 바로는 약 0.989 정도가 나와서 이를 토대로 750ml 기준 병수로 나누어 본다면 표1과 같다. 이를 다시 수입된 금액과 환율 기준으로 나누어 본다면, 와인의 병당 수입 평균가는 1995년 2,358원에서 2015년 5,362원, 약 2.5배 오른 것으로 나타난다.

설명하기 수월하게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알아본다면, 1995년 당시 자장면의 소비자물가지수는 52.241이고 2015년은 114.63으로 나타났으므로, 20년 사이에 약 2.19배가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환산하면 소주는 약 2.07배가 올랐으므로 와인의 소비자가격은 일반 물가상승률에 비해서는 좀 더 많이 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산술적으로만 분석하기는 어려운 점이 많은 것이, 데일리로 마시는 최저와인 가격은 예나 지금이나 큰 변동이 없으니, 와인 가격도 실제 물가를 생각한다면 큰 변화를 겪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2004년 당시에 티에라 델 솔((Tierre del Sol)이 시중 마트에서 7,900원에 팔렸으나, 2016년 현재 G7 역시 6,900원에 팔리고 있다.

와인의 유형으로 본다면 2007~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레드와인이 시장의 주력을 이루었으며, 스파클링 와인이 거의 나타나지 않은 반면, 2015년으로 흘러올수록 스파클링 와인의 비중이 넓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분명한 것은 2007년 당시에 비해서 한국 와인시장에서 스파클링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며, 2015년에는 레드 와인의 비중이 처음으로 70% 아래로 내려가는 기념비적인 해라는 점이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레드 와인의 경우 2011년 이후 CAGR은 중량 기준 5.9%, 금액 기준 6.5%로서 5년간 전체 시장의 CAGR 7.3%, 7.7%를 밑돌고 있으나 화이트 와인의 중량 증가율 5.7%보다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2008년 1억 2천 4백만 불을 정점으로 서서히 회복세를 보였으며, 2015년 되어서 비로소 금액과 중량 부분을 모두 넘어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국가별 와인 구성은 2007년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화이트와인은 2011년 이후 CAGR은 중량 기준 5.9%, 금액 기준 6.5%로서 5년간 전체 시장 CAGR 7.3%, 7.7%를 밑돌고 있다. 2008년 1억 2천 4백만 불을 정점으로 서서히 회복세를 보였으며, 2014년 되어서 금액을 완전히 회복하였다. 이에 반해 스파클링은 확실한 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초창기 소량 수입에 시장 비중이 매우 낮았던 스파클링은 국내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끌어 나아가고 있으며, 향후 수입 와인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 주요한 키워드로 볼 수 있다. 2011년 이후 CAGR은 중량 기준 17.4%, 금액 기준 13.8%로 5년간 전체 성장률인 7.7%, 7.3%를 배 가량 상회함으로써, 실질적인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본다. 특히 수입 금액 기준 2010년 대비 약 2.8배 성장하였을 뿐만 아니라 중량에 있어서는 2009년 이후 7년 만에 4.2배 성장하여 국내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주종으로 판단된다.

다만 스파클링 와인에서 유의해야 하는 점은, 이 시장의 성장이 750ml 기준 철사로 밀봉된 스파클링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시장의 트렌드 변화에 따라서 좀 더 가볍게 마시는 스파클링 와인, 수입 맥주와 비슷한 가격대에 시장을 형성하는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파티용 와인, 1인소비용 와인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 소비자들은 와인이라는 고정관념 보다는 단순히 하나의 주종, 기호품의 하나로 선택하는 트렌드로 보아야 하므로, 이 소비자들이 실질적인 750ml 기준 주력 와인 시장으로 편입되는 데에는 좀 더 조심스런 시장 전망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소비 트렌드의 변화가 와인 시장에는 틀림없이 긍정적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맥주보다 가벼운 발포성 와인 음료에 익숙해지는 소비자는 다른 주종 보다는 와인으로 진입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추세가 향후 와인 시장의 양적 확대 뿐만 아니라 와인 저변 확대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 확신한다.

한국 와인시장의 흐름으로 본다면 레드와인이 시장의 주력과 성장을 이끌 것은 분명하나, 이에 대비하여 스파클링 와인은 저변 확대를 위한 첨병에 설 것이 확실하며, 화이트 와인 역시 시장 비중에서는 줄어들지 모르나, 실질적인 양적 확대는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종합한다면 한국 수입와인 시장은 아직까지 성장 잠재력이 많은 환경이라고 볼 수 있겠다. 다만 전세계적인 시장 규모를 놓고 본다면 아직까지 한국 수입와인 시장은 1%가 채 되지 않는 매우 작은 규모로서, 아직까지 넘어야 할 길이 많다는 점 역시 인식해야 할 것으로 본다. 다음 글에서는 2015년 시장 규모와 국가별 점유율, 종류별 흐름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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