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구성요소는 무엇일까? 화학적으로는 물과 알코올이며 여러 세부 화학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그 구성요소는 인간을 구성하는 유기물과 같으며 지구를 구성하는 유기물과도 동일하다. 세상 만물이 92개의 원자를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모두 한 몸이라는 뜻이다. 그 안에는 에너지가 차 있어서 우리는 와인을 마신 뒤에는 알코올의 기운이 올라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즉 물질이 에너지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그 것에 하나를 더해야 하는 것이 바로 “정보(information)”이라는 것이다. 정보는 형질이 없다. 그 양도 없다. 그러나 늘었다가 줄기도 하며, 우리의 물질세계를 다스린다. 아인슈타인이 물질과 에너지 사이를 E=mc2라는 공식으로 표현했다면, 정보량은 그 양을 잴 수가 없다. 유명한 이론물리학자인 브라이언 그린(Brian Greene)은 그의 최신 저서 ”멀티 유니버스”에서 정보량을 재는 방법을 “주어진 정보에 입각하여 ‘예-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서로 다른 질문의 수”를 하나씩 세면 된 다고 한다. 물론 그 경우의 숫자를 모두 다 세어본다면 우리가 실제 경험할 수 있는 정보량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엄청나다는 것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그 양은 정해져 있으며, 우리 주변을 보이지 않게 감싸고 있다는 것이다.

서언이 길었다. 그러면 다시 앞서 이야기한 정보의 양을 관점으로 생각하면 와인을 구성하는 요소에 나는 감히 “정보”라는 것을 넣으려 한다. 한국와인협회 김준철 회장은 “와인을 알면 더 맛있어집니다.”라 한다. 즉, 정보라는 요소가 들어감으로써 와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정보는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사실(fact)에 근거한 정보일 것이며, 또 하나는 맥락에 근거한 정보다. 사실에 근거한 정보는 전문 소믈리에들이 관능  검사를 통해서 밝히는 와인의 향에 대한 정보가 있을 것이다. 그 정보들은 우리가 글을 읽거나 혹은 시음 행사에서 와인 메이커의 설명에 따라서 어느 정도 수렴점을 가지며 변경되어간다. 와인메이커에 대한 일화들은 여러 책이나 와인 관련 만화들(신의 물방울이나 소믈리에드 등)을 통하여 우리에게 전달된다. 포도원의 사적인 이야기부터, 여러 가지 기후에 대한 이야기, 와인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와인의 바닥을 깔게 된다.

그러나 이 정보들은 사실 정보다. 즉, 맥락 정보가 아니다. 맥락 정보는 우리가 와인을 마실 때 만들어지는 그 주변 환경,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 사이에서 만들어진다. 하나의 와인을 마신다 하더라도 앞서 무슨 와인을 먹었는지, 그리고 그 와인에 곁들인 음식이 무엇이며, 그 때 나를 감싸고 있는 인적 요소가 무엇인지에 따라서 와인의 맛은 또 다른 형태를 띠게 된다. 우리는 대개 “와인보다 사람”이라고들 말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러나 나는 인본주의자로써 와인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행위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그 이외의 요소를 이야기 할 것을 제안한다.

결국 우리가 어떤 주제를 다룬다 한들, 나의 존재를 떼어놓고는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와인이라는 요소만을 다시 떼어놓고 두 개의 무게를 달아보니 당연히 사람의 무게가 무거운 것이다. 그러나 그 것은 연결된 개념이나 하나의 온(온전함)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와인과 사람을 분리해서 바라보는 것이다. 와인을 둘러싸고 있는 정보는 사실 정보도 있으나, 그 정보는 또 다시 사람이라는 요소도 하나의 맥락, 주변을 감싸는 사람과 사람, 음식과 사람, 음식과 와인의 여러 요소가 훌륭한 하모니를 만들어 냄으로써 온전해지는 것이다. 그러니 와인을 온전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의 기저를 만들어내는 것이 “물질”, “에너지”, 그리고 “정보”라는 세 가지의 조화로운 요소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물질과 에너지는 와인과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것이었다면, 정보라는 것이 더해짐으로써 비로소 온전해지지 않을까? 와인을 감싸는 정보에 이제는 서서히 귀를 기울여야하는 이유다. 사실이든 맥락이든.


출처:와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