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주변에서 무례함 때문에 상처를 받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이는 언제나 존경심과 존중심이 없어서다. 존경과 존중은 어느 부문에나 오는 것이겠지만, 상호적인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내가 와인에 대해서 시음노트를 쓸 때 어지간하면 나쁜 이야기를 쓰지 않는 것은, 내가 지금 시음하고 있는 와인 하나가 내 손에 오기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쳤고, 그 단계 하나하나에 정성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 과거 사람들에 비해서 얼마나 큰 호사를 누리고 있는가? 최근에 나는 와인의 콜키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이 부분 역시 이 존경과 존중심에 대한 부분으로 일반화 시켜 생각하면 답은 의외로 간단하게 나올 것 같다. 역지사지라는 말을 와인 콜키지에 대해서 대입해 보고, 이것이 예절에 맞는지 아닌지를 생각해보자. 그러나 그 전에 범주를 나누어서 이에 대해서 담백하게 고민 해 보자.


법률적 관점

미국의 경우 각 주별로 주류에 대한 법규가 상이하다. 그리고 레스토랑에서 와인이나 기타 주류를 취급하는 경우에도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레스토랑에 주류 취급 라이선스가 없다면 고객들이 자신의 주류를 반입하여 기본적인 잔을 제공하고 주류를 즐길 수 있도록 허용한다. 호주의 경우에도 BYOB(Bring Your Own Bottle) 방식이 상당히 많이 퍼져 있다. 그러나 주류의 반입이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많은데, 미국 뉴욕의 레스토랑의 경우에도 많은 레스토랑들이 주류의 반입을 원천적으로 불허한다.(아예 없다는 말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자) 한국의 경우 주류의 반입은 정확하게 이야기 하면 불법이다. 우리가 접하는 와인의 뒷면을 보면 반드시 이 주류가 업소용인지 가정용인지가 명확하게 쓰여 있다. 즉, 우리가 집에서 마시는 와인을 업장에 가져가서 마시는 것은 원론적 해석 관점에서 보면 불법이 된다. 그러나 업장에서 가정용을 판매하는 것은 명확한 불법이나, 가정용 와인을 고객이 가지고 가서 마시는 것이 불법인지에 대해서는 법률적 해석은 좀 더 필요할 것이다.


매출의 관점

고객은 저렴하게 즐기고 싶어 하고, 업장은 매출을 많이 올리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모든 이들의 관점은 동일하다. 문화적으로 좀 더 높은 소양을 즐기고는 싶으나 주머니 사정 때문에 어려운 고객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자기과시가 필요한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업장은 기본 유지비와 인건비, 식자재비 등 많은 지출 항목이 있다. 우리도 가정생활을 위해서 전기, 통신, 수도요금에 각종 세금 때문에 늘 골머리를 앓는다. 우리를 위해 투자하는 비용 보다는 지금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것을 유지하는데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레스토랑은 그런 관점에서 고객별로 기본적인 객단가를 산정한다. 와인을 구매해주는 고객이 늘어나면 레스토랑은 매출의 이익이 늘어난다.

그러나 잔을 준비해야 하고, 잔을 닦아야 하며, 잔은 또 계속 깨진다. 보충해야 하고 관리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잔을 관리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인력이 들어간다. 작은 레스토랑의 경우 와인을 많이 구비하자니 자금이 묶이고 줄이자니 매출이 줄어든다. 여러 고려사항을 볼 때 콜키지를 허용하되 고객들이 와인을 업장의 것도 기본적으로는 구매해주기를 바란다. 대부분이 그러하다. 그러나 고객들은 내가 와인을 가져갔으니, 그 나머지는 필요 없는 관점으로 받아들인다. 동상이몽인 셈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레스토랑에 갔을 때 매출 기준은 식사 + 약간의 주류 혹은 음료 비용이 기본적인 객단가임을 직시해야 한다. 삼겹살집에 가도 삼겹살 2인분에 소주 1병, 맥주 1병, 된장찌개 1~2인분이 기본 객단가인 것처럼, 레스토랑도 마찬가지다. 그 입장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물론 레스토랑의 가격이 서비스나 맛에 비해 너무 비싼 경우 그 레스토랑은 결국 고객이 찾지 않을 것이니 자연 도태될 것이다. 그러나 그 레스토랑을 찾아가는 것은 고객의 선택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도덕적 관점

첫 번째 경우, 친한 친구가 하는 레스토랑이 있다고 가정 해 보자. 그리고 그 레스토랑은 와인 1병에 콜키지 3만원을 받고 잔을 서비스 해 준다고 생각 해 보자. 와인을 한 병 가지고 가니, 업장 주인은 “그래, 네가 왔으니, 콜키지 오늘은 안 받을게”하며 “다음에 좋은 손님 끌어주기다!”하면 친구도 즐거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 두 번째 경우, 음식이 맛이 있어서 발이 닳도록 가는 레스토랑이 있다. 그래서 레스토랑에 가서 와인을 자주 가져가서 마셨다. 콜키지도 지불을 다 했다. 어느 날 “우리 콜키지 좀 깎아주면 안될까요?”하면 업주의 입장에서도 ‘자주 오시는 고객이시니 널리 양해할 수 있지’하며 “오늘은 1병 값만 받을게요.”하면 고객은 “다음에 비싼 와인 주문 해 드릴게요. 아시죠?”하고 즐겁게 거래를 마칠 수 있다. 적절한 수준의 고객당 매출이 보장된다면 업장도 고객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없는 셈이다.

그러나 만약 해당 업장에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고객이 무턱대고 와인을 가지고 온 다음, “여기 콜키지 얼마에요, 너무 비싸지 않아요?” 하는 것은 도덕적 관점에서 결례임에 틀림없다. 처음 가는 레스토랑에서 콜키지가 비싸다고 불평하는 것보다도 레스토랑의 콜키지에 대해서 먼저 전화로 확인하고 가져가는 것을 양해한 다음 가져가며 그 다음으로 매출의 관점에서 레스토랑의 기본적인 입장을 고려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앞서 제기한 세 가지 문제, 법률, 매출, 도덕 관점을 담담하게 고민 해 보고 업장에서도 이 관점을 고객에 주입 해 보면 여러 가지 정책이 나올 수 있다. 고객의 권리나 업장의 권리 무엇 하나 내세울 것은 없다. 그러나 레스토랑에 들어가는 순간 그 곳은 업장이고, 그 업장 내의 영업 권리 및 결정권은 업주에 있다. 고객은 합당한 지불을 통해서 그 금액에 대한 합당한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부여받는다. 업주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마음으로 와인을 바라보아야 하며, 징벌적, 혹은 오로지 매출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서는 안된다. 고객은 업장의 불가피한 입장을 널리 헤아려 업장의 기본적인 매출은 배려해야 한다. 법률적으로는 상호간의 유연성으로 양해해야 한다. 예절이란 상호간에 입장을 고려하고, 그에 불편함이 없게 하는 것이 최고 아니겠는가? 와인 잔을 어디를 잡는다, 와인을 시음할 때 무엇을 보아야 한다는 격식이 예절이라 생각하는 잘못을 범하지 말자.

형식주의에 매몰되면 사람이 보이지 않고, 오로지 나의 관점과 나의 주장만이 남을 뿐이다. 와인이 그렇던가? 마지막으로 누군가 그리고 어떤 레스토랑에 대해 이야기 할 때에는 언제나 누군가도 나에게 그렇게 이야기 할 것이라 생각하자. 내가 그 곳에서 심한 불평불만을 하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그 말을 그냥 듣고만 넘어갈 것인가? 그래서 가장 좋은 것은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이야기를 할 때에는 레스토랑을 나갈 때 예의를 갖추고 절제 있으며 정중히 의견을 이야기 하자. 불평이 아니고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다. 즉, 무위(無爲)인 셈이다. 굳이 마음에 담아야 한다면 좋은 것만 기억하자. 나의 어머니께서는 내가 결혼하기 전에 이렇게 조언하셨다. “아들아, 시간이 지나면 그 때의 아름다웠던 기억만 남는단다.” 나에게 있어 이 조언은 무위와 함께 중요한 화두가 되어 있다. 내 머릿속에 좋은 기억만 남기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즐기는 것, 나의 기억에 좋은 것만 남기기에도 부족하고 소중한 시간이다. 형식에 매몰되고 자본에 이끌려 일희일비하는 시간에 나의 행복을 찾고 나와 와인을 함께 즐긴 소중한 시간, 사람을 생각하자.


정휘웅 블로거  hwjeong101@naver.com


출처:와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