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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타인의 취향, 개인의 취향
날짜 13/07/12
글쓴이 Wine4Love

저 멀리 남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훤칠한 키, 탄탄한 몸매, 환상적 비율,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듯한 수트 안의 잔근육과 단단한 복근. 한 여성의 이목이 절로 그에게 쏠린다. 그런데 남자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오 이런, 얼굴이 ‘지나치게 개성적’이다. 그 순간 실망감이 스치고 관심은 사라져 버린다. 물론 그런 얼굴을 좋아하는 여성도 있겠지만 최소한 그 여성의 취향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완벽해 보이는 모든 조건들이 얼굴 하나로 무의미해져 버렸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남자를 객관적 기준, 일정한 잣대를 가지고 평가한다면? 예를 들어 개성적인 패션 모델을 선발하는 대회라거나, 단순히 균형 잡힌 몸매를 평가하는 자리라면? 아마도 평가는 위 여성의 반응과는 사뭇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와인에서도 이런 상황을 종종 경험하게 된다. 분명히 좋아 보이는 와인인데, 명성도 평가도 훌륭한데 뭔가 내 맘엔 들지 않는다. 향긋하고 질감도 부드러운데 풍미가 왠지 가볍다. 영롱한 컬러에, 우아한 스타일을 지녔는데 여운이 깔끔하지 못하다. 어느 정도라면 그냥 넘어가겠지만, 심하다고 느끼면 비슷한 성격의 와인은 피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왜 발생하는 걸까? 개인 마다 기준과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성과 공통적 취향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미술에서의 황금률(黃金律)처럼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미적 기준은 분명히 존재하니까. 하지만 그것이 개별성, 개인의 취향을 대체할 수는 없다. 심지어 가끔 저명한 평론가, 유명한 와인 전문지에서 고득점을 매긴 와인인데도 실망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해당 평론가나 전문지는 나름의 품질 기준을 가지고 평가를 진행할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그 평가에 동조하는데도 말이다.

이런 경우 먼저 주의해야 할 점이 자신의 취향과 품질을 혼동하지 않는 것이다. 단지 내 입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그 와인의 질이 낮은 것은 아닐 수 있다. 처음 와인을 마셨을 때, 아니 처음 음주를 했을 때를 생각해 보자. 너무 맛있어서 꿀꺽꿀꺽 마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 술이 아무리 명주라도 이제 막 음주를 시작한 사람에게는 그냥 술일 뿐이다. 여러 번 반복적으로 음미하다 보면 좋은 점을 찾고 기준을 세우게 되는 것이다. 평가의 기준이 명확하지 못하면 판단을 제대로 내릴 수 없다.

전문가의 평가를 참고할 때도 점수만 슬쩍 들여다 본다면 기껏해야 일반적인 취향을 확인하는 정도에 그칠 뿐이다. 우선 그 점수가 어떻게 산정된 것이냐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20점 만점, 100점 만점, 별 5개 만점 등 각각의 평가 방법을 활용하지만, 그 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기준을 공개하고 있다. 평가 기준을 이해한다면, 해당 점수가 의미하는 바를 납득할 수 있고 활용도 또한 높일 수 있다.

또한 와인의 미묘한 요소들, 스타일, 떼루아와 생산자만의 개성은 점수에 쉽게 반영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런 면에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이 바로 점수와 함께 제시되는 테이스팅 노트(tasting note)이다. 테이스팅 노트에는 해당 와인의 아로마와 풍미, 무게감과 구조, 스타일 등이 상세히 기술되기 때문에 점수만으로는 알 수 없는 다양한 사항들을 파악할 수 있다. 생산자와 지역에 대한 소개가 병기되어 있다면 금상첨화. 예컨대 비교적 낮은 점수를 받은 와인일지라도 내 취향, 기분과 상황에 부합하는 와인임을 확인하기가 더욱 용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와인 선택에 경험과 지식을 겸비한 평론가의 도움을 받더라도 각론을 살펴야 의미를 더할 수 있다.

와인의 미덕 중 하나는 그 다양성에 있다고 감히 단언한다. 그 다양성의 세계에서 자신의 와인을 찾아나가는 여정은 신선한 자극이며 풍요로운 인생의 한 축이 될 것이다. 내 인생을 남의 손에 맡기지 않듯, 와인도 스스로 골라 보는 것은 어떨까? 내 취향은 소중하니까.



김윤석 객원기자
출처:와인21닷컴 > 뉴스 News > 칼럼



최종수정일 : 2013/07/12 Fri 1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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