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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힐링, 그리고 Wine
날짜 13/08/08
글쓴이 Wine4Love

‘힐링(healing)’이 유행이다. ‘힐링캠프’라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모은 지는 이미 오래이고 제목에 힐링을 포함한 도서와 언론기사들로 넘쳐난다. 대한민국에서 사는 게 힘들다는 반증일 게다. 어려서부터 입시와 취업, 나이가 들어서는 결혼, 육아 그리고 내집마련, 심지어 노후준비에 이르기까지 스트레스가 아닌 것이 없다. 내 한 몸 건사하기에도 녹록치 않은데 사회는 정치, 경제, 이념적 대립으로 혼란스럽고 인심은 점점 각박해져만 가니 남는 것은 마음의 상처뿐이다. 사실 위에 열거한 거창한 주제들이 아니더라도, 하루하루 살아나가는 것이 고난이요, 스트레스이지 않은가. 그러니 아픈 가슴을 달래 줄 뭔가를 찾는 마음이‘힐링’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힐링’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의미를 넘어서는 무엇이 있다. ‘힐링’은 인생의 쓴맛을 목구멍 깊이 삼키고 살아갈 의지를 다지는, 오늘의 어려움을 딛고 내일을 맞이하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생각해 보라. 내일이 없다면 무엇 때문에 치료를 하겠는가? 예컨대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하루의 갈증을 날리고, 직장 동료와 소주 한 잔으로 오해와 앙금을 털어내는 것은 내일의 날갯짓을 위한 것이 아니겠는가. 사실 이렇게 마시는 술 한잔은 힐링을 위한 촉매를 넘어 필수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힐링에 가장 어울리는 술은 와인이 아닐까 싶다. 실제 필자를 비롯해 와인 모임 참석자들이 힐링이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는 풍부한 맛과 향, 영롱한 빛깔, 적당한 취기를 선사하는 알코올 등 와인의 관능뿐만 아니라 와인이 만들어 내는 여운과 분위기 덕이 크다. 게다가 와인은 함께 나누는 술이라 와인의 감동과 따뜻한 마음이 사람 사이에 전파된다. 혼자만의 위안이 아닌, 다름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기쁨이 되는 것이다.

와인이 담고 있는 스토리 자체가 힐링과 직접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그리스 신화에서 와인을 처음 전해 준 주신(酒神)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와 인간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그리스로 유입된 ‘외래 신’이다. 그는 태어나기도 전에 어머니를 잃어 아버지 제우스의 허벅지에서 태아의 상태로 길러졌으며, 어린 시절엔 티탄(Titan)족의 꾐에 빠져 사지가 일곱 토막으로 갈린 후 삶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디오니소스는 이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성장해 그리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신이 되었다. 디오니소스의 성장 과정 자체가 힐링과 부활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디오니소스의 제전에 참석한 사람들은 와인을 마시며 광기와 열정에 빠져들었다. 축제는 인간을 옭아 매는 규제와 압박으로부터의 탈출이자 일상과는 다른 또 하나의 삶이었다. 제례와 함께 와인은 북아프리카와 유럽 등지로 급속하게 퍼져 나갔다. 와인이 전파된 그리스 시대 이래로 와인은 물보다 안전한 음료 혹은 영양이 많은 음식으로 인식되었으며, 술이라기 보다는 환자의 병을 고치고 회복을 도와 주는 ‘약’으로써의 의미가 강했다.

신약성서에서는 와인에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한다.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는 포도주가 담긴 잔을 들어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마태 26장 28절)’라고 선언하며 구원의 징표로 삼는다.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는 예수의 부활과 맞물려 그 의미가 극대화된다. 예수의 첫 기적이 가나의 결혼식에서 물을 와인으로 바꾼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와인은 새로운 삶과 관련된 의식과도 긴밀히 연결된다. 와인에 내재된 구원과 부활, 그리고 안식의 의미는 유럽과 기독교를 넘어 이미 일반의 의식에도 각인되어 있다.

굳이 와인에 함유된 폴리페놀(polyphenol)과 무기질 등이 적정량을 음용할 때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얘기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힐링을 위해 적절한 양이란 아마도 그때그때 다를 것이기 때문에. 오늘 저녁도 멍든 가슴을 부여잡고 저녁을 맞이할 당신, 콜크를 열고 와인잔을 채우라. 힐링을 위해, 다시 시작될 내일을 위해...


출처:와인21닷컴>뉴스News>칼럼



최종수정일 : 2013/08/08 Thu 13: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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