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와인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아기 타다시의 ‘신의 물방울’에서는 훌륭한 와인을 위해 천지인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하늘과 땅의 축복을 받더라도 결국 사람의 기술이 와인을 완성시킨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또한 와인을 양조하는 샤또에 등급을 매기는 프랑스 보르도의 등급체계를 통해서도 와인 양조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와인 양조를 이야기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양조용 포도를 재배하기에 적합한 기후도 아닐뿐더러 법으로 무면허 양조를 금지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5년 조세범 처벌법 제8조(무면허 주류의 제조)에서 ‘개인의 자가소비를 위한 제조는 제외한다’ 라는 말이 추가됨에 따라 판매가 아닌 자가 소비를 목적으로 하는 양조가 가능하게 되었다(현재는 조세범 처벌법 제6조). 따라서 한국에서도 자가 소비 목적의 와인 양조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공간들이 점점 생겨나고 있다. 앞으로 이어지는 연재 기사에서는 필자가 이러한 양조 공간을 방문하여 경험한 와인 양조 과정을 바탕으로 와인 양조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볼 것이다.

고대부터 이루어진 와인 양조는 19세기 중반 파스퇴르의 연구에 힘입어 와인 양조학(oenology 또는 enology)이라는 하나의 학문으로 발전했다. 이후 와인메이커들은 끊임없이 양조의 세계를 넓혀가고 있으며, 와인 애호가들은 그 과정을 들여다보며 와인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려 해왔다. 따라서 와인 소비자들에게도 와인 양조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와인 양조는 품종, 기후, 와이너리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큰 맥락은 유사하므로 여기서는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의 양조 과정과 각 방법의 특징을 살펴보려 한다.

[레드 와인 양조 과정]
레드 와인은 포도에서 필요한 성분을 추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발효(fermentation)를 통해 과육의 당분을 알코올로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씨와 껍질로부터 침출(maceration)을 통해 쓴맛과 떫은맛 및 색을 추출해야 한다. 특히 침출은 레드 와인만의 독특한 과정으로 와인의 스타일을 결정짓는 중요한 과정이다. 침출의 기본적인 원리는 '좋은 성분은 최대한 추출하고, 좋지 않은 성분은 최대한 추출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좋은 성분을 많이 가진 포도가 좋은 와인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은 당연하다. 포도와 포도밭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는 부분이다.

[화이트 와인 양조 과정]
레드 와인이 추출하는 와인이라면, 화이트 와인은 아로마를 이전시키는 와인이다. 화이트 와인의 품질은 발효 전에 대부분 결정되며 레드 와인과 같은 추출 과정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신선하고 산도가 있으며 깨끗한 아로마를 갖춘 와인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화이트 와인만의 방법은 발효 전에 이루어지는 청징이다. 이는 압착된 와인을 맑게 만드는 과정으로 좋지 못한 맛이나 향을 제거하고 껍질과 씨앗도 제거하므로 이로부터 추출되는 물질도 거의 없다.

[스파클링 와인 양조 과정]
끊임없이 올라오는 기포를 감상하며 마실 수 있는 스파클링 와인은 이미 발효를 하여 만들어진 와인에 탄산을 생성할 목적으로 두 번째 발효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이후 당분을 조절하는 도자주(dosage) 과정을 통해 원하는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 수 있다. 터져 나오려는 탄산의 위험성 때문에 스파클링 와인을 지금과 같이 마실 수 있게 된 것은 와인의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 일이라 하니 새삼스레 와인 양조가들의 노고에 감사하게 된다. 

위의 과정 하나하나에도 각기 다른 방식의 기술들이 적용되어 와이너리마다 특색 있는 와인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나무에 열린 포도에서부터 여러 양조과정을 거쳐 한병의 와인으로 생산되기까지의 여정을 생각하며 와인을 마신다면 감동을 주지 못할 와인은 없을 것이다. 국내의 양조공간을 통해 와인 애호가들이 이런 감동에 더 다가가고, 와인 양조에 더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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