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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와인을 어디에서 사서 어디에서 마실 것인가
날짜 15/04/27
글쓴이 Wine4Love

  질문이 난해하다.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만큼 난해한 질문이다. 그래서 묻는다. 이 글을 읽은 당신은 와인을 어디에서 사서 어디에서 마시는가? 너무 철학적인 질문 같지만 아침에 카페 게시판에 보니 한 와인 초심자가 올린 질문이다. 질문의 맥락은 마트 말고 애호가들은 어디에서 와인을 구매하고 있으며, 자신은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은데 뭔가 좀 사적이면서도 편안하고 가볍게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하는 것이었다.

  질문에 답을 하면서 나는 이것이 와인 애호가라면 영원히 풀리지 않은 화두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집에 와인을 거의 두지 않는다. 기껏해야 한 두 병이거나 팩와인 하나 덩그러니 있을 뿐이고, 이 마저도 저녁 반주로 한 잔씩 마시니 한 달을 넘기기 힘들다. 주머니도 가벼우니 고가의 와인은 언감생심이고 그래서 주변에 와인 테이스팅 행사가 있으면 가급적 불러달라 부탁한다. 해당 장소에 가서는 아는 분들 인사 간단하게 드리고 최대한 짧은 시간 집중해서 테이스팅하고 기록으로 남긴다. 나만의 생존 방법인 셈이다. 그리고 아주 멋진 와인을 테이스팅 하게 되면 담당자에게 구매할 수 있는 방법, 경로를 물어본다. 나는 그나마 와인 업계와 인맥이 닿아서 대개는 송금하면 택배로 보내주는 방법을 택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 방법은 국세청 규정에 따르자면 불법이다.

  종종 저녁 약속이 있으면 그 장소 근처 와인숍을 들어간다. 여러 해 전이면 와인에 대해서 아는 척도 하고 숍 주인들과 이런 저런 와인 토론도 했으나, 요즘은 이 이야기만 한다. “이 와인 마셔봤는데 정말 맛있더라고요.” 굳이 이렇다 저렇다 말 할 필요도 없고, 세일 와인 주섬주섬 들여다보다가 마음에 들거나 혹은 한 번도 본 적 없이 나의 간택을 기다리는 초롱거리는 눈망울을 보면 미련 없이 꺼낸다. 그리고 그 날 저녁은 1~2만원 하는 편안한 와인 한 병으로 저녁을 마무리 한다. 물론 기록을 남기는 것은 빼먹지 않는다.

  와인을 샀으니 레스토랑이나 약속 장소를 간다. 그리고 꼭 물어본다. 콜키지는 어떻게 되며 마셔도 되는지. 그래서 나는 자꾸만 가는 곳의 범위가 줄어들고 있다. 저렴한 와인을 가지고 가서 부담되지 않게 마실 수 있는 곳으로 말이다. 집 앞의 양꼬치 집은 그 중의 하나인데 그냥 맥주잔에 콸콸 부어서 마셔도 편안하기 그지없다. 늘 와인 가지고 가는 것이 미안해서 칭따오나 연태고량주 같은 다른 술도 시켜 마신다. 그 이외의 식당은 반드시 그 곳의 콜키지 정책을 따른다. 특히 처음 가는 곳이라면 그 규칙을 잘 지키려 애쓴다. 그러다가 말이 통하고 뜻이 맞을 것 같으면 주인과 이야기 하다가 점차 가까워진다. 요즘은 일이 많아 바깥에서 와인을 마실 일이 상당히 줄었고 야근에 회의가 계속이니, 가까운 레스토랑이 생기는 것은 드문 일이 되었다.

  이처럼 와인을 어디에서 사서 어디에서 마실 것이냐 하는 것은 나의 일상과 함께 녹아나는 끊임없는 나의 일상과 연결된 일인 것 같다. 처음 와인을 가지고 가는 곳을 찾기에 어려우니 지인이나 주변의 정보를 찾아보지만, 뭔가 살갑지 않고 공허한 느낌이 드는 것은, 잘 아는 레스토랑을 만드는 데에는 그만한 나의 다가감이 함께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와인을 사는 형태, 그리고 찾아가는 형태 역시 어느 지점까지 정점을 찍거나 늘 이런 저런 와인을 두리번 거리며 실패를 했던 경험들이 축적되어 어느 순간 편안한 단계로 다가오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와인을 10년 넘게 마셔온 지금 시점에서도 나에게 늘 큰 화두는 어떤 와인을 어디에서 사서 어디에서 마실 것인가 하는 것이다. 단지 가까운 지인들과 마시기에 좋은 곳이라면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형식을 갖추거나 격식이 필요한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머니 사정은 또 깊이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니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리라. 예산, 분위기, 음식, 게다가 와인에 대한 예절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다가오면 이것은 아주 어렵고도 복잡한 방정식이 된다. 나 혼자만 즐기거나 편안한 관점에서 접근하면 무한하게 수월한 것이 이 화두지만, 조금이라도 와인 애호가가 되면 늘 따라다니는 고민이다.

  어느 한 쪽 만을 추구할 수는 없고 그 한 쪽에 머무를 수도 없다. 세상은 언제나 균형을 이루는 쪽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편안하게 마시다 보면 격식 있고 우아한 자리가 생각날 것이고, 격식만 따지다 보면 주머니가 가벼워 지고 편안한 자리가 생각나는 것은 사람의 기본적인 생리일 것이다. 그래서 언제나 양쪽을 오고 가는 흔들리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고, 오늘도 다시 와인을 어디에서 사서 어디에서 마실 것인가 하는 질문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화두는 앞으로도 계속 내 마음에서 호수 위 한 편의 나룻배 마냥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릴 것이다.



출처:와인21닷컴>뉴스News>칼럼



최종수정일 : 2015/04/27 Mon 12:5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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