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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냉탕과 온탕 사이
날짜 15/08/25
글쓴이 Wine4Love

어려서 공중목욕탕을 가보면 뜨거운 온탕과 냉탕을 오고 가는 어르신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몸의 혈액이 돌게 하고, 건강하게 목욕하는 방법이지만 온탕에 몸을 담갔다가 심장이 멎을 듯한 냉탕에 몸을 넣는 것은 피부에 통증이 느껴질만 했고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다만 그 둘의 효과는 인정한다. 아무래도 피부가 좀 더 수축되어서 매끈거리는 느낌을 주었던 것은 분명했으니. 이처럼 차가운 온도와 뜨거운 온도 사이를 오고 가며 성질을 변화시키는 것으로는 담금질이 있다. 뜨거운 상태로 달구어진 철을 다듬은 다음 찬 물에 넣게 되면 철은 더 단단하고도 안정된 상태로 변모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재료들은 온도에 민감하다. 그리고 그 온도 차이가 클수록 좀 더 극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것 같다.
 
와인에 있어서도 온도 차이가 매우 중요하다. 와인메이커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언제나 강조하는 것이 높은 일교차다. 낮은 뜨거워서 포도가 타들어갈 것 같이 엄청난 일조량으로 포도를 가혹하게 하고 밤은 반대로 아주 낮은 온도가 되어서 포도에 미량의 수분을 공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일교차는 습도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우리가 높은 기온이라 하더라도 덥지 않게 느껴지고, 높지 않은 기온이라도 더 덥게 느껴지는 것은 습도에서 기인한다. 동남아의 습한 기운은 우리가 비행기를 내리자마자 숨이 막히는 열기를 전달하지만 보다 온도가 높은 중동 사막지역은 그늘을 찾을 경우 동남아만큼의 더위는 주지 않는다. 이는 사막의 경우 낮 동안 뜨겁게 달구어진 열을 보관할 대기 중의 수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막에서는 밤사이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유럽이나 미국 서부를 가보면 같은 기온이라도 뭔가 좀 더 다르게 더운 느낌을 느끼게 되는데 이 경우도 통상적인 습도의 차이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중해성 기후는 여름이 건조하고 겨울이 습하여 여름에 느끼는 더위는 우리가 한국에서 느끼는 더위와는 다르다. 햇살의 강도는 한국과 비교되지 않게 강렬하지만, 그늘이나 바람이 부는 곳으로 가면 큰 무리 없이 지낼 수 있으니, 사람에게는 좋을지 모르지만, 식물에게는 더 가혹한 기후라 할 수 있다.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면 포도나무는 극도로 고통을 받게 되고 좀 더 응집력 있는 환경을 찾아서 뿌리는 더 땅 깊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 스페인의 강수량 적은 지역들에 있는 아주 오래된 포도나무들은 깊은 뿌리들이 많은데, 이러한 오래된 포도나무들은 오랜 일교차의 가혹한 자연이 던져준 결과라 할 수 있다.
 
덕분에 사람들은 아름답고 훌륭한 와인을 맛볼 수 있지만 포도나무는 언제나 열악한 환경에서 자신의 모든 자원을 어렵게 찾아내어 힘겹게 포도를 영글게 할 것이다. 밤이 되면 겨우 이슬과 같이 전달되는 물을 필사적으로 흡수하고 낮이 되면 뜨거운 태양에 담금질 되어 검고 짙은 색상의 껍질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우리가 담금질을 하듯 포도나무가 단련되어 나오는 훌륭한 결과물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두 요소가 적절히 균형을 이룰 때 훌륭한 와인이 나온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둘 사이의 진폭이 크더라도 중간에 쉬어가는 시간이 있고, 비가 간혹 내리거나 적절한 구름이 하늘을 덮어준다면 포도나무는 그만큼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너무 뜨거운 태양, 열정만 가득한 경우에는 포도가 과도하게 타 버린다. 이런 연도의 와인을 테이스팅 하면 산도가 상대적으로 보디감과 약간의 강인한 아로마에 밀리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구름이 많거나 서늘했던 연도는 조금 묽거나 아로마의 힘이 빠지고 산도가 튀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든지 간에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가듯, 어느 한쪽을 과도하게 하는 것은 힘든 것 같다. 온탕에만 있다가 나오면 정말로 온 몸에 열이 차서 계속 호흡이 거칠 것이고, 냉탕에만 있었다면 몸에 오한이 들 것이다. 와인도 그 해의 차이가 일교차가 극단적이지만 균형이 잡히면 더 뛰어난 와인이 생산되는 것 같다. 오늘날 와인 생산자들도 이런 균형의 관점에서 많이 접근하는 것 같다. 과도하게 가지치기나 잡초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잡초도 땅이 호흡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어느 정도 남겨두는 것도 그 균형의 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다시 한 번 생각해도 와인이나 세상만사 핵심은 균형에 있는 것 같다. 와인 애호가로써 지향해야 할 점도 잔, 온도, 함께하는 사람과 대화, 음식 등 모든 요소들의 복합적 균형이 아닐까.



출처:와인21닷컴>뉴스News>칼럼



최종수정일 : 2015/08/25 Tue 10: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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