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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람마다 와인을 느끼는 포인트가 다르다
날짜 15/10/26
글쓴이 Wine4Love

  너무나 당연한 제목인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인지하면서도 자신의 선택에 불확실성을 부여하고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누구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으나 MW(마스터 오브 와인)이 한국에 왔을 때 자신은 와인을 설명할 때 아로마에 무슨무슨 향이 나고 맛이 어떻다는 이야기를 처음에 절대 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도 그의 말을 들으며 크게 공감했었는데, 와인의 향에 대한 언급을 확정적으로 하게 되면, 내 머릿속에서는 그 아로마가 느껴지고 있다고 선을 그어버리기 때문이다. 오늘날 와인 테이스팅 기법은 표준화된 아로마키트, 포도품종에 대한 깊은 분석, 시음 상태에 대한 다양한 실험으로 인해 약 10년전에 비해서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덕분에 포도 품종별로 어느 정도의 아로마 구름이 형성되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그 단어는 시음노트에 반영되어 다시 와인을 배우는 소믈리에나 평론가들에게 전달되고, 다시금 돌고 돌아서 어느 정도 고정된 느낌을 전달하게 된다. 이 방법은 처음에 어느 정도의 와인 교육 과정에서는 필수불가결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맡는 어떤 냄새를 단어에 연결하는 연습을 거의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눈에 보이는 물건들은 이미 어려서부터 반복 접촉하고 학습함으로써 그 것이 무엇인지 구분하게 된다. 다만 전문적인 영억으로 들어가면 사정은 달라진다. 산속에 들어가서 우리는 독버섯과 식용버섯을 구분하지 못하지만 전문가들은 쉽게 구분한다. 공룡학자들은 화석의 넓적다리 뼈만 보고도 어떤 공룡인지, 언제 시절인지 쉽게 구분한다. 우리는 그 것을 구분할 능력이 없다. 다만 우리는 그 버섯을 볼 수 있고 어떤 모양인지 묘사할 수 있으며, 공룡의 넓적다리 뼈도 그 것의 모양과 색깔, 상태를 이야기 할 수 있다. 다만 핵심에 연결되는 단어를 떠올릴 수 없을 뿐이다. 이는 우리가 버섯 감별과 공룡 화석에 대한 감별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후각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매일 사과를 먹고, 레몬즙의 맛을 기억하며, 바나나의 느낌을 아는 것 같지만 정작 바나나의 향이 어떤가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 우리 머릿속에는 바나나 모양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만큼 우리는 시각 정보와 단어의 연결점에 매우 의존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처음에는 이 정보의 연결점에 와인을 끼워넣는 작업이 필요하다. 마치 쓰지 않은 근육을 강화하는 것처럼 우리 머릿속에 이미지와 향을 연결하는 연습을 끊임 없이 해야 하는데, 이것이 아로마에 대한 공부다. 아로마의 느낌과 단어를 연결하는 것은 인간의 뇌를 학습시키고, 지금까지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정보체계를 만들어 나아가는 과정이므로 와인을 배우거나 마시고 싶은 경우에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시점이 지나고 나면 와인에 대한 기계적인 평가 이외의 요소들이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나만의 훈련을 통해서 내 머릿속에는 새로운 정보체계가 등장하게 된다. 가령 오크 터치가 많은 와인에서 바닐라 향이나 버터, 토스트 향이 난다든지 하는 것인데, 혹자는 여기에 견과류의 향이 난다고도 할 수 있다. 견과류도 아몬드, 캐슈너츠, 마카다미아, 호도처럼 다양한 견과류에 민감도을 보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예 이 느낌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마다 와인을 마시다 보면 10명이면 10가지의 시음노트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누군가가 어떤 향이 난다고 선언하게 되면 과거에도 언급했던 고정점편이(Anchoring bias)가 발생하게 된다. 사람들의 의견이 그 사람이 이야기 한 곳으로 쏠리게 되며, 특히 그 사람의 권위가 있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게 된다. 그 향이 정말로 코에서 느껴지게 되는데, 이전에 학습과정에서 얻었던 아로마와 단어 연결 학습에 도움을 주었던 기제가 이제는 오히려 다른 측면을 바라보는데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그 MW는 자신의 설명에서도 아로마에 어떤 향이 난다는 것을 언급하지 않는다고 했던 것으로 나는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나도 어느 자리 가면 와인에서 어떤 향이 난다든지 하는 말을 가급적 하지 않으려 애를 쓰나 이것이 쉽지 않다. 입 안은 간질거리고 그 아로마 혹은 느낌을 뱉어내기 위해 무던히 많은 유혹에 시달리며 결국은 입 밖으로 뱉어낸다. 그리고 그 말을 뱉어내고 나면 나의 모습이 가식적이거나 현학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어 후회가 되기도 한다. 그 것은 내가 맡았던 아로마의 정확도가 100% 정확한 것은 아니면서 타인에게 나의 아로마 팔레트를 강요한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누구든 와인 테이스팅 후 자신의 독자적인 느낌을 소중히 간직할 권리가 있다. 나의 행동은 그 느낌에 영향을 크게 주었을 수도 있다. 그 느낌에 내가 방해를 주었다면 좀 더 스스로를 다듬고 다음부터는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누구든 와인을 느끼는 자신만의 포인트가 있다. 와인 자리에서도 서로에 대해서 이런 관점을 존중하고 와인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면 오늘 저녁 와인 자리가 더욱 즐겁고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생각 해 본다.


출처:와인21닷컴>뉴스News>칼럼



최종수정일 : 2015/10/26 Mon 09: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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