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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모든 것에는 다 시기가 있다!!
날짜 16/06/17
글쓴이 Wine4Love

  와인 애호가들로부터 많이 듣는 질문이 와인의 시음시기다. 오래된 와인은 오래된 와인 대로, 젊은 와인은 젊은 와인 대로, 그리고 지금 열어본 와인은 지금 열어본 와인 대로. 과거에도 나는 칼럼을 통해서 지금 와인을 개봉하는 이 시점이 시음적기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고 아직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다만 그 시점에 만약 와인의 상태가 최고였다 하더라도 최상의 맛이 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까? 내 입에, 그리고 내 몸의, 내 기분이 맞지 않아서 그 경험이 반감되었다면 말이다.
 
  와인 자리에서 간혹 그런 일은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다른 이들은 모두 다 너무나 훌륭한 맛이라 찬사를 보내는데, 내 입에서는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아서 당황했던 때 말이다. 그런 경우에 대개 피상적으로 와인 느낌을 이야기 하거나, 형식적으로 타인의 찬사에 맞장구를 쳐본 적은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와인이 고가로 갈 경우에는 더 그럴 것이다. 이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가격이 비싸서일 수도 있고, 만약 초대받은 자리라면 그 사람에 대한 예의 때문이라도 그런 행동을 했을 것이다. 그래도 마음 한 켠에 "뭔가 맞지 않아, 시간이 맞지 않아, 때가 아닌 것 같아"하는 생각은 들었을 것이다.
 
  내 생각에 와인과의 만남에도 인연법과 시기가 있는 것 같아, 얼마전 경험을 하나 이야기할까 한다. 얼마전 잘 아는 와인숍을 갔다. 오래전 돈이 부족해 사지 못한 와인이었다. 이제 와서 그 이름을 살짝 공개할까 한다. 바로 “Woodward Canyon Cabernet Sauvignon 2004”다. 2010년 당시 미국 워싱턴 방문때 가장 맛있게 테이스팅을 했으며, 국내에 홀로 숍의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뛰어난 2004빈티지였으니, 내 눈에 띄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숍 사장님께 물었다. “지금은 제가 돈벌이가 시원치 않으니, 곧 돈 벌면 사러 오겠습니다. 설마 저 와인을 누가 알겠습니까.” 하지만 이런 생각은 나의 착각이었다. 얼마전 드디어 이 와인을 살 수 있는 돈이 생겨서(비싸지는 않지만 내 주머니사정은 넉넉하지 않다) 사러 갔더니 그 와인은 이미 팔리고 없었다. 그리고 숍 담당자는 “얼마전 고객이 사가시고는 너무 맛있게 드셨다며 더 구할 수 없냐고 문의하셨어요” 하는 전언을 들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그 와인과 나는 인연법이 없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오고 가며 그 와인을 몇 번 들었다 놓았다 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내가 사모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와인은 나와 인연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습관인지, 내가 부족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요즘은 타이밍을 놓쳤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꽤 있다. 적절한 버스 시간을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여,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시간, 그리고 타인과의 적절한 연락에 이르기 까지 일상에서 내 눈에 나의 실수가 여럿 보이며, 이 대부분이 절차의 실수라기보다는 어떤 시기를 어떻게 고르느냐 하는 판단의 시기를 놓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이다. 물론 이 판단의 오류 덕분에 일정 시간 뒤에는 이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서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함은 당연했다.
 
  얼마 전에도 이런 타이밍의 실기에 의한 중요한 실수가 한 번 있었다. 가까운 어르신으로부터 질책을 받았고 그 분의 맥락은 “회피하고자 하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하니, 그 때 그 때 닥치면 맞서 싸워라”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나에게 그 때 그 일이 닥쳤다는 것은 적절한 시기였다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실수는 너무 성급하게 움직여서 생기는 실수도 있지만, 마음에서 정하지 못해 질질 끌어버려 생기는 실수도 많은 것 같다. 성급해서 너무 와인을 일찍 열어버리는 경우도 문제일 수 있겠으나, 너무 오래 두어서 시음 적기를 지나쳐버린 경우도 이에 해당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하면 일이 시작되어야 할 시점, 떼어야 할 시점, 와인을 마셔야 할 시점, 사야 할 시점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나는 인연법을 받아들이되 결정에 우유부단함을 제거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좋든 나쁘든 인연은 언제든 생기기 마련인데, 이 인연이 왔을 때, 내 판단과 직감을 믿어 곧바로 따른다면 그 것은 바로 맞는 시기라는 것이다. 이 때 주저하거나 머뭇거려 시기를 잃어버린다면 그 순간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과거에는 느껴지지 않던 묘한 직감들, 인연, 시간에 대한 느낌을 스스로 많이 느껴지고 있으니, 부족함만 더 눈에 보인다. 그래서 요즘은 글쓰기가 좀 게을렀던 것 같다. 다 시기를 잘 못 잡아서 그런 것이라 생각된다. 다시금, 스스로의 시기를 놓치지 않고 앞으로 한 발씩 천천히 걸어야겠다.


출처:와인21닷컴>뉴스News>칼럼



최종수정일 : 2016/06/17 Fri 09: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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