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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화두 2017년 – 와인 가격과 세금
날짜 17/02/10
글쓴이 Wine4Love

  ‘바가지 쓰는 한국... 몬테스 알파, 한국 3만8875원, 캐나다 1만7646원’. 올해 초 모 일간지에 게재된 기사 제목이다. 한마디로 와인 값이 비싸다는 얘기다. 와인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잊을 만 하면 한번씩 튀어나오는 것이 와인 값 거품 논란 아닌가. 수입사의 폭리 때문이라는 근거가 빈약한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비싼 와인 값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와인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두 번째는 복잡한 유통과정으로, 이는 온라인 판매 규제에 대한 비판으로 집중된다. 주세법, 그리고 온라인 판매 규제. 정부의 단호한 방침과 다양한 이해관계 등으로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와인 업계의 입장에서는 와인의 대중화와 시장의 외연 확장을 위해 꼭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이 글의 목적은 주세법 개정과 온라인 판매 허용에 대한 담론를 활성화하려는 데 있다. 쉽게 답을 내기 어려울 수록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과 이를 기반으로 한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와인에 붙는 세금에 대해 정리해 보자. 국내 주세법에 따르면 와인에는 주세, 교육세, 그리고 부가가치세가 단계적으로 부과된다. 대부분의 와인은 수입 주류이므로 수입 원가(원가, 운임, 보험료의 합인 CIF가격) 기준 15%의 관세 또한 붙는다. 그러나 칠레(2004년), EU(2011년), 미국(2012년), 호주(2014년) 등 주요 와인 수출국과 FTA가 체결되어 실질적으로 관세는 사라졌다. 주세는 주류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데 과실주인 와인은 수입 원가의 30%가 붙는다. 교육세는 주세의 10%다. 마지막 부가가치세는 과세가격+주세+교육세를 더한 금액에 10%를 부과한다. 전체적으로 세금이 금액에 비례하여 부과되는 종가세제를 채택하고 있다. 당연히 수입 원가가 비쌀수록 와인에 붙은 세금의 절대금액은 커진다. 예컨대 수입 원가 1만원짜리 와인에는 4천6백원 정도의 세금이 붙는 반면 3만원짜리 와인에는 1만4천원에 가까운 세금이 붙는다. 이중 교육세를 포함한 주세는 각각 3천3백원과 9천9백원이다. ([표 1]참고)

  많은 와인업계 관계자들과 애호가들은 세금이 높다는 데에 동의한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종가세제에 대한 비판이 불거져 나온다. 수입 원가가 높을 수록 세금이 비싸져 양질의 와인, 희소한 와인을 수입하기가 어렵다는 논리다. 논의가 쉽게 종가세제 비판으로 흐르는 데는 이웃 나라 일본의 영향도 있다. 종량세를 택하고 있는 일본은 수입하는 와인의 가격이 얼마건 동일한 세금을 부과한다. 일본 외에도 주류에 종량세제를 적용하고 있는 국가는 많다. 심지어 OCED국가 중 주류에 종가세를 적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터키, 멕시코 등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러하니 와인 세제 개편에 관한 논의가 종량세 쪽으로 흐르기 쉽다.

  사실 종량세로의 전환은 국내 소규모 주류 제조업체에게도 도움을 준다. 최근 소규모 양조장의 맥주 제조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크래프트 비어 업계에서 종량세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이유다. 소규모 크래프트 비어 양조장들은 품목당 생산량이 적고 시즌 별로 다양한 제품들을 양조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소량 생산의 경우 대량 생산에 비해 병당 단가가 높다. 그런데 종량세제를 적용하면 출고가격이 올라가도 세금은 동일하기 때문에 그만큼 부담이 적어진다. 품질 향상을 위해 비싸고 좋은 재료를 쓸 수 있는 여력도 생긴다. 이는 전통주나 국내에서 생산하는 와인 제조자도 마찬가지다. 다양하고 질 좋은 주류를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

  그럼 종가세제가 와인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종량세라는 것은 알코올의 양, 혹은 주류의 양에 따라 같은 금액의 세금을 매기는 제도일 뿐이다. 알코올(혹은 주류)의 양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더라도 적용 세율이 높으면 당연히 세금은 낮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저렴한 와인의 경우 가격이 상승할 수도 있다. 예컨대 와인 1천 리터 당 5백만 원의 종량세율을 적용한다고 가정해 보자. 병당 세금은 3,750원으로 현재 수입 원가 1만 원짜리 와인에 붙는 세금 3,000원보다 높아진다. 앞서 언급한 일본의 경우 와인 1천 리터 당 8만엔의 세금이 부과된다. 750ml 한병 당 60엔, 한화로 약 600원 정도의 세금이 붙는 셈이다. 한국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다. 이 경우 세금이 저렴한 이유는 종량세 때문인가, 아니면 세율이 낮기 때문인가?

  물론 고가 와인의 경우 세금이 줄어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동시에 조세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애호가가 일상의 저녁 식탁에서 즐기는 와인은 샤토 무통 로칠드(Chateau Mouton Rothschild) 보다는 몬테스 알파(Montes Alpha)에 가까울 것이다. 만약 위와 같이 종량세가 적용되어 샤토 무통 로칠드의 가격이 떨어진다고 해도 샤토 무통 로칠드를 저녁 식탁에 올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와인 가격 범위는 기껏해야 몇 백, 몇 천원 차이인 맥주나 소주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렇기에 조세 부담의 역진성이 커질 우려도 존재한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또한 와인 세제 개편, 넓게는 주세법 개편을 위해서는 한국 주류 산업 전반의 상황과 여타 주류와의 형평성, 국민 건강과 음주로 인한 외부불경제효과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당연히 다른 주류업계나 사회단체 등과의 협의와 공조 또한 필요하다.

  와인 가격의 안정과 와인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 세제 개편이 필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그 논의가 종량세 도입이라는 단순한 논리로 빠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논의가 종량세 도입 쪽으로 빠지면 정작 중요한 세율 부분을 놓칠 수도 있다. 종량세로 바뀌어도 와인에 부과되는 세금이 여전히 높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현재 인하 요구가 극심한 유류세가 바로 종량세제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조세 형평성도, 국세의 구성도 고려할 문제다. 다행히도 주세가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1965년 국세의 6.5%에 달하던 주세의 비중은 2005년 이후 2% 이하로 떨어졌다. 이중 와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세수 확보로서의 중요도가 낮기에 그만큼 산업과 경제, 사회 문화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틈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 틈을 어떻게 와인 업계의 몫으로 활용할 것이냐, 그것이 당면 과제다.


출처:와인21닷컴>뉴스News>칼럼



최종수정일 : 2017/02/10 Fri 16: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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