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통상 와인 비수기로 불리지만 여름철에 더욱 제맛을 내는 와인이 적지 않다.
무더위가 다가오면 대부분 사람들이 청량감을 주면서도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은 주류를 찾기 마련.

여름에 맥주 소비량이 늘어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데 최근 와인이 대중화하면서 여름에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과 샴페인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여름 밤, 차게 식힌 한 잔의 화이트 와인은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과 같은 로맨틱한 분위기에 젖게 해 줄 뿐만 아니라 더위에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주고 건강도 챙겨준다는 게 와인 마니아의 주장.

미국 의학전문지 '랜싯'에 따르면 4만7150명을 대상으로 12년간 조사한 결과 와인이 맥주에 비해 통풍 발병 확률이 낮거나 아예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맥주는 요산을 생성하는 퓨린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관절염 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반면 와인에 들어 있는 항산화제는 통풍을 억제한다는 것.

특히 와인에는 600여 가지의 영양 물질이 있어 산성 체질을 알칼리 체질로 바꿔주기도 한다.

하지만 레드 와인은 여름철 기온이 올라가면 당도가 강하게 느껴져 텁텁하고 끈적하게 느껴진다.

반면 화이트 와인이나 로제 와인, 아이스 와인 등은 시원하게 쿨링해서 마시면 달콤한 청량감을 느낄 수 있어 여름철에 제격이다.

적당한 양의 와인은 긴장 해소와 뇌의 이완 작용에 도움을 주어 숙면ㆍ진정 효과가 있어 열대야를 이기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오묘한 색깔과 맛으로 '여름 밤의 대명사'로 불리는 로제 와인은 레드 와인용 포도를 일정 기간 발효시키고 압착한 후 다시 발효시킨 것으로 장밋빛 색깔에 비해 의외로 달지 않고 드라이한 것이 특징.

로제 와인은 일반와인과 달리 차갑게 식힌 다음 얼음을 넣은 잔에 가득 채워 마시거나 입맛에 따라 탄산수나 시럽을 넣어 마신다. 유럽에서는 로제 와인을 평상시 음료 대용으로 마시거나 피크닉에 가져가기도 한다.

제조 과정에서 2차 발효로 톡 쏘는 탄산 느낌이 시원한 스파클링 와인은 마시기에 적합한 온도가 5~10도로 화이트 와인(10~12도)이나 레드 와인(12~20도)에 비해 차가운 편이라서 여름에 잘 어울린다. 그 자체로 마셔도 좋지만 다른 음료와 섞어서 얼음을 띄워 칵테일로 즐기거나 계절 과일을 이용한 과일빙수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이스 와인은 일부러 서리를 맞히거나 늦게 포도를 수확해 포도 당분이 응집된 다음에 만드는 것으로 강렬한 단맛과 함께 시원한 청량감을 주는 것이 특징.

화이트 와인은 샤도네이 품종이나 소비뇽 블랑 품종이 대부분인데 샤도네이는 대부분 드라이하고 강한 반면 소비뇽 블랑은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목넘김이 좋다.

여름 보양식과 어울리는 와인도 많다.

삼계탕은 로제 혹은 가벼운 레드 와인이 좋고 기름진 장어구이에는 샤도네이와 같은 화이트 와인이 제격이다.

귀한 자리라면 이탈리아 몬탈치노 지방의 최고급 와인인 '피안 델레 비녜' 정도도 권할 만하다.

최신덕 수석무역 와인사업팀장은 "무더운 날씨에 상쾌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 무엇인지 알려 달라는 전화가 매장과 와인 소비자에게서 하루 평균 20~30여 건 걸려온다"면서 "국내 와인시장이 연간 4000억원대로 성장하면서 점차 계절별로 와인을 즐기려는 마니아층도 두꺼워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