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고를 때 선명도나 색깔로도 그 질을 평가한다. 하지만 직접 시음해보지 않고서는 짙은 녹색 병에 담긴 와인의 색깔을 구별하기는 힘들다. 왜 와인은 짙은 녹색 병에 담겨 있는 것일까. 여기에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비밀1. 왜 녹색 병에 담는 것일까

병 색깔이 짙은 이유는 간단하다. 빛과 외부 온도에 민감한 와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와인은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에 자외선을 받게 되면 레드 와인은 색깔이 약해지고, 화이트 와인은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살아 있는 와인을 보호하기 위해 짙은 녹색 병에 보관하는 것이다. 간혹 짙은 갈색 병에 담기도 한다. 단 로제 와인 등 특별히 색감을 보여줘야 하는 와인의 경우 투명 병도 사용한다. 하지만 와인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짙은 색깔의 병에 담아야 한다.

비밀2. 잔은 왜 바꾸는 것일까

와인 바에서 마신 와인이 인상 깊어, 구입해서 집에 와서 마시며 대부분 그 맛을 느끼지 못한다. 그 이유가 늘 궁금했는데 결론은 잔 때문이란 것. ‘와인 맛은 와인 잔 맛이다’라고 할 만큼 와인 잔에는 숨겨진 ‘과학’이 있다.

잔 모양에 따라 와인이 혀에 떨어지는 위치가 달라지는데, 와인이 입안 어느 부분에 먼저 닿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게 감지되는 것. 또 잔의 몸통 크기와 높이, 입구의 지름이나 경사각에 따라 같은 와인이라도 감지되는 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 맛 또한 달라진다. 와인 잔은 와인의 빛깔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도록 맑고 투명해야 하며 별도의 문양이나 장식 등이 없어야 한다. 또한 입술에 촉감을 잘 느낄 수 있는 매끈하고 얇은 것이 좋다.

레드 와인을 마실 때 쓰는 잔은 좀 크고 오목하게 생겨서 떫고 텁텁한 맛을 잘 볼 수 있도록 와인이 혀의 안쪽 부분에 떨어지도록 한다. 상온의 온도가 유지되기 위해 1/2∼2/3 정도 부어서 마시면 좋다. 화이트 와인 글라스는 화이트 와인의 상큼한 맛을 잘 볼 수 있도록 레드와인 글라스보다 덜 오목하여 와인이 혀의 앞부분에 떨어지도록 되어 있다. 시원한 온도에서 마셔야 하기 때문에 1/3∼1/2 정도만 부어서 마신다. 샴페인 글라스는 탄산가스의 공기방울이 오래 올라올 수 있고 또 눈으로도 잘 볼 수 있게 튤립형으로 좁고 길게 생겼다. 샴페인은 7부 정도 부어서 마신다.


비밀3. 병 모양에 이런 깊은 뜻이

1. 보르도형 병: 슬림한 보디를 갖춘 보르도형은 긴목과 각진 어깨가 특징이다. 보르도형의 경우 까베르네소비뇽, 멜롯, 끼베르네프랑 등의 포도 품종을 블랜딩 하는데 이들은 숙성 시 침전물이 생긴다. 와인을 마실 때 이 미세한 앙금이 걸러지도록 굴곡을 크게 둔 것이다. 대부분의 와인이 이 모양을 택하고 있다.

2. 부르고뉴형 병: 어깨가 부드럽게 경사져 있는 여성적인 모양이 특징이다. 부르고뉴의 경우 대부분 피노누아 단일 품종으로 와인을 만드는데 피노누아가 침전물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보르도 같은 디자인을 쓸 필요가 없다. 전 세계의 피노누아 품종을 이용한 와인은 대부분 이 모양의 병을 사용한다.

3. 론형 병: 부르고뉴형과 비슷한 모양으로 그보다 조금 날씬한 편이다. 론지역의 주품종인 쉬라(Syrah)와 론 화이트 와인 등에 쓰인다. 신대륙 대부분의 쉬라 품종 와인은 이 모양에 가깝다.

4. 샴페인형 병: 일반 와인병보다 유리 두께가 좀더 두꺼우며 검고 짙은 녹색을 띠며, 병 바닥 중앙부분은 일반 와인보다 더욱 깊이 들어가 있다. 이는 병안에서 샴페인의 압력을 견디기 위함인데, 그 압력 정도가 일반 자동차 타이어 속 압력의 3배에 이른다고 한다. 대부분의 스파클링 와인도 샴페인형 병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