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시음할 때 쓰는 용어를 알아봅시다.

지난번에 친구와 레스토랑에서 마신 와인이 맛있어서 다시 한 번 사서 마시려고 하는데, 그 와인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거나, 와인숍에 같은 와인이 없다면 어떻게 할까? 많은 와인 초보자들이 겪는 문제 중 하나다. 사실 꼭 같은 그 와인이 아니더라도, 그러한 스타일과 비슷한 풍미를 가진 와인들은 많이 있을 수 있다. 오히려 비슷한 풍미에 가격이 더 저렴할 수도 있고, 아니면 비슷한 가격이지만, 훨씬 더 맛이 좋은 것도 있을 것이다. 다만, 문제는 그 맛을 설명하는 것인데 그것이 만만치않게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들마다 입맛과 맛에 대한 감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와인의 맛을 표현하는 몇 가지 용어만 제대로 기억해둬도, 와인숍 직원한테서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와인을 추천받을 수 있을 것이다.

(1) 단맛의 표현

 드라이(dry)
와인의 맛을 표현할 때, ‘달지 않다’는 뜻으로 와인에 단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와인은 드라이하다. 가끔 초보자들 중에 드라이하다는 것을 진하고 묵직한 맛으로 이해하고 있는 경우를 보는데, 이는 대표적으로 잘못된 와인 상식 중 하나이다. 진하고 묵직한 것은 바디 body로 표현하며, 드라이의 개념과는 상관이 없다. 일반적으로 프랑스의 보르도, 부르고뉴,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피에몬테, 칠레의 레드 와인 등은 드라이한 편이다.

 오프 드라이 (off-dry) / 미디엄 드라이 (Medium-dry)
먼저 오프 드라이라는 표현은, 드라이한 와인에 속하지만 잘 익은 달콤한 과일 향이 풍부하거나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풍미로 인해 와인이 덜 드라이하게 느껴지는 경우다. 실제로 당분이 거의 없는 와인도 더운 기후의 지역에서 생산된 일부는 포도가 잘 익어 부드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높은 알코올에서 오는 감미로 인해 덜 드라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대개 캘리포니아와 호주에서 만들어지는 샤르도네 품종의 화이트 와인이나, 메를로, 진판델, 쉬라즈 품종의 가벼운 레드와인이 그러한 편이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독일의 카비넷 Kabinett 스타일의 리슬링 와인, 프랑스의 로제 당주, 미국의 화이트 진판델 정도라면 당도가 조금 덜 느껴지는 ‘미디엄 드라이’라고 표현하면 된다.

 미디엄 스위트 (Medium-sweet)
부드러운 단맛이 어느 정도 느껴지지만 무겁거나 진하지 않은 정도의 감미로, 주로 가벼운 화이트, 로제, 스파클링에 많다. 독일의 슈패트레제 스타일, 이탈리아의 모스까또 품종의 화이트나 스푸만테 와인 등이 대표적이다.

 스위트 (Sweet)
와인에서 아주 달콤한 맛이 나는 것으로, 레드 보다는 화이트인 경우가 많으며 대게 짙은 노란빛을 많이 띤다. 이런 와인들을 스위트 와인이라 부르며, 숍에서는 드라이 와인과 따로 분류 및 전시해 놓고 판매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소떼른, 독일과 캐나다의 아이스 와인, 독일의 베렌아우스레제와 트로큰베렌아우스레제, 헝가리의 토카이, 뉴월드권의 레이트 하베스트 등이 있다.

(2) 타닌(떫은맛)의 표현

 풍부하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타닌의 양이 많게 느껴지는 경우다. (긍정적 표현)
 부드럽다: 타닌의 양과 상관없이, 재질감이 부드럽게 느껴지는 경우로 대개 충분히 잘 익은 포도로 만들어진 뉴월드 와인이나, 와인이 숙성되어 타닌이 적당히 녹은 상태를 표현한다. (긍정적 표현)
 묵직하다: 타닌의 양이 많으면서 힘이 느껴져 입 안에서 거칠거칠한 느낌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긍정적 표현)
 거칠다: 숙성되지 않은 타닌의 재질감으로 입 안에서 거칠거칠한 느낌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객관적/부정적 표현)
 뻑뻑하다: 타닌의 재질감에 대한 표현으로 그 느낌이 견고하며 수렴성이 있어 입안에 침이 잘 돌지 않을 정도의 느낌을 주는 경우다. (객관적 표현)
 매끈하다: 타닌의 감촉이 부드러움을 주는 것 이상으로 매끄러운 경우이며, 마치 입 안을 코팅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긍정적 표현)
 벨벳, 실크 같다: 타닌의 재질감을 표현할 때 대개 직물의 조직에 비유하는 경우가 askgaskg, 입 안에서 타닌의 재질감이 마치 손으로 벨벳을 쓸어내릴 때의 보송보송한 느낌, 또는 매끄러운 실크 감촉과 같은 느낌을 주는 경우라고 생각하면 된다. (긍정적 표현)

(3) 산미의 표현

 높다: 산도, 즉 신맛의 정도가 높은 것으로, 신맛의 강도도 강한 경우이며 와인에 힘과 견고한 구조를 주게된다. 긍정적 표현)
 날카롭다: 전체적인 맛의 조화 속에서 신맛이 지나치게 강해서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것을 의미하며, 가끔 숙성 초기의 고급 와인의 경우 이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객관적/부정적 표현)
 생기 있다: 적당히 신선한 느낌을 주는 산도로 와인에 청량감과 화사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긍정적인 느낌이다. (긍정적 표현)
 낮다: 전체적인 맛의 조화 속에서 신맛이 상당히 적게 느껴지는 경우로 주로 기후가 무더운 지방의 와인인 경우가 많다. (객관적/부정적 표현)
 밋밋하다: 와인의 산도가 지나치게 낮아 산미가 분명하지 않고 힘이 없게 느껴지는 경우이다. 와인의 전반적인 불균형 상태를 나타내며, 종종 와인의 적정 시음 시기가 지났거나, 상한 경우에 나타나기도 한다. (부정적 표현)

(4) 알코올의 표현

 높다 or 강하다: 알코올의 함량이 많은 경우, 또는 전체적인 균형 속에서 알코올이 다소 두드러지는 경우다. 긍정적인 수준에서는 와인에 힘과 비중감을 주게 되지만, 다른 맛과 조화와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부정적인 표현으로 쓰인다. (객관적/부정적 표현)
 풍부하다: 알코올은 높은 편이나 와인의 균형이 깨어지지 않은 상태이며 그로인한 힘과 열기를 느끼는 상태로 주로 고급 와인들이 표징이기도 하다. (객관적/긍정적 표현)
 부드럽다: 알코올은 있으나 전체적인 균형 속에서 크게 두드러지지 않으며 다른 풍미에 잘 녹아 있는 상태를 표현한다. (객관적/긍정적 표현)
 낮다 or 약하다: 실제로 알코올 함량이 적은 경우와, 다른 풍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알코올이 적게 느껴지는 경우다. 와인에서 힘과 견고함이 부족할 수 있는 대신 가볍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게 된다. (객관적 표현)

(5) 다양한 풍미의 표현

 과일 향: 블랙커런트, 블랙베리, 레드커런트, 산딸기, 딸기, 체리, 자두, 레몬, 자몽, 사과, 배, 파인애플, 오렌지, 복숭아, 리치, 망고, 멜론, 바나나 등
 식물 향: 풀(잔디, 까시스 버드), 야채(피망, 아스파라거스), 허브(민트, 바질), 올리브, 담뱃잎, 버섯(송이, 서양 송로 truffle) 등
 동물 향: 동물의 가죽, 털 또는 분비물, 사향, 외양간 등
 향신료 향: 감초, 계피, 아니스, 정향, 후추, 고추, 사프란 등
 광물질 향: 부싯돌, 흙, 먼지, 석유, 타르, 흑연 등
 오크 숙성 향: 삼나무, 견과, 바닐라, 버터, 커피, 초콜릿, 훈연 등
 오크 숙성 향: 삼나무, 견과, 바닐라, 버터, 커피, 초콜릿, 훈연 등
 화학 향: 유황, 암모니아, 란시오(산화 효과), 생고무 등

(6) 무게감의 표현

 라이트 Light: 와인이 입 안에서 매우 가볍게 느껴지는 기분으로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생수보다 약간 무게감이 느껴지는 정도다.
예) 기본 소비뇽 블랑, 드라이 리슬링 등
 미디엄 라이트 Medium-light: 와인에서 느껴지는 여러 가지의 풍미가 전반적으로 가볍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으로 가벼운 과일 주스의 무게감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예) 가벼운 보르도 레드, 보졸레, 샤블리, 부르고뉴, 꼬뜨 뒤 론, 끼안띠, 독일 카비넷 등
 미디엄 Medium: 산도나 타닌, 알코올, 당도 등의 요소가 어느 정도 입 안에 무게감을 주는 것으로 진한 과일 주스의 무게감 정도다.
예) 메독/오메독, 생떼밀리옹, 지공다스, 끼안띠 클라시코, 리오하, 독일 슈패트레제 등
 미디엄 풀 Medium-full: 다양한 맛의 요소와 질감이 어우러져 입 안에 상당한 무게감을 주며 넉넉한 느낌을 주는 것으로 우유 정도의 무게감에 상응한다.
예) 마르고 등 섬세한 보르도 중급 그랑크뤼, 꼬뜨 드 뉘 크뤼, 뫼르쏘 크뤼, 독일 아우스레제 등
 풀 Full: 전반적인 모든 맛의 요소가 풍부하고 강하게 느껴지며, 입 안이 꽉 차는 듯한 풍만한 느낌과 묵직한 무게감으로, 진한 두유나 꿀물 정도의 무게감에 해당된다.
예)프랑스 그랑크뤼급 고급 와인, 고급 샤또뇌프 뒤 빠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독일 TBA, 아이스 와인, 소떼른 크뤼, 뉴월드의 진한 와인들


출처: 손진호의 와인구매가이드 1 개정증보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