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인 소믈리에 자격증은 없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국가 공인 소믈리에 자격제도는 없다. 일본도 국가 공인 자격제도는 아직 아니고, 민간자격으로 되어있다. 우리나라는 일본이 하지 않으면 쉽게 국가자격제도를 만들지 않는다. 더군다나 일본은 연간 1인당 와인 소비량이 5병은 되기 때문에 1병인 우리하고 와인에 대한 관념 자체가 다르다. 국가공인 자격제도가 생기려면 먼저 와인 소비량이 증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1인당 와인 소비량이 수십 병인 유럽 국가하고는 비교해서는 더욱 안 된다. 그러나 빨리빨리 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격을 반영하듯이 요즈음은 여기저기서 너도나도 와인 자격시험을 시행한다고 공고를 하고 있으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옳은지 소믈리에 지원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소믈리에 단체 전성시대

  자격제도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나라에는 소믈리에 관련 단체가 너무나 많다. 최초로 생긴 것이 소믈리에들이 모여서 만든 ‘한국소믈리에협회(www.somme.co.kr)’로서 1990년에 출발하였고, 2002년에는 경희대학교 관광대학원에서 주관하여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www.winekisa.com)’가 생겼다. 그리고 나중에 ‘한국마스터소믈리에협회’가 생겼는데, 요즈음 활동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다. 이어서 ‘한국와인아카데미협의회(www.kwac.or.kr)’가 탄생하면서 활발하게 자격증 제도를 광고하면서 소믈리에 자격증 시대가 열린 것이다.

  먼저 나온 두 소믈리에협회는 최근에 사단법인이 되면서 영리사업인 자격증 발행이 어렵게 되자 각각 학회를 만들어서 자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소믈리에협회에서는 ‘한국소믈리에학회(www.kososo.or.kr)’,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에서는 ‘한국와인소믈리에학회(www.winewassok.com)'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많은 단체가 있으니까 소믈리에가 되려는 사람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격제도

  한국소믈리에협회는 ‘한국소믈리에’, ‘한국시니어소믈리에’, ‘한국마스터소믈리에’, ‘한국어드바이져’, ‘한국와인전문가’ 등 여러 개의 자격으로 나누고,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는 ‘마스터소믈리에’, ‘어드벤스드소믈리에’, ‘소믈리에’ 이렇게 나누고 있다. 또 한국와인아카데미협의회는 ‘와인소믈리에 1급’, ‘와인소믈리에 2급’ 등의 자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게다가 각 와인 교육기관에서도 수료와 동시에 소믈리에 자격증을 주고 있으니 과연 어느 단체의 것이 진짜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도 모른다.

  일본의 경우는 ‘일본소믈리에협회’ 한 곳에서 소믈리에 자격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소믈리에 자격시험을 보려면, 음식 서비스업에서 5년 이상 실무경험(아르바이트 제외)이 있으며, 현재 종사하고 있는 자로 한하고 있다. 그리고 경력이 쌓이면 시니어소믈리에 자격시험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으며, 서비스 계통이 아닌 주류업계에 근무하는 사람이나 조리, 전문학교 강사 등을 위한 ‘와인어드바이저’ 자격제도도 갖추고 있다.

  크지도 않은 우리나라 와인업계에 소믈리에 자격증을 발급하는 곳이 이렇게 많으니 언제, 어떻게든 통합이 되어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있으면 별 필요가 없고, 없으면 아쉬운 것이 자격증이다. 그러나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훨씬 마음의 위안은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일본과 같이 5년의 경력을 쌓으려면 처음부터 자격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은 자격증이 없어도 일을 할 수 있다. 와인 서비스 업무에 경험이 많은 사람을 주변에서 소믈리에라고 불러주거나, 자신이 소믈리에라고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선은 와인교육기관에서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고, 취업을 하면 소믈리에로서 초보자의 길을 들어서게 되며, 이때부터 각종 대회나 시음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신을 잘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소믈리에라는 직업

  외국 젊은이들은 소믈리에라는 직업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새벽까지 일하고, 하루 종일 무거운 쟁반을 들고 시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런 고생을 각오하고 소믈리에라는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어느 경지에 이르면 와인 전문가로서 명성이 쌓이고,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수도 있다. 즉 운동선수와 같이 유능한 소믈리에로 소문이 나야 주변에서 대접을 받는 소믈리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소믈리에는 와인 매출을 많이 올려야 유능하다는 소리를 듣는다는 점이다. 와인을 잘 감정하고 많은 와인 지식이 있지만, 와인을 못 팔면 바로 무능한 소믈리에가 된다.

 
  소믈리에에 대한 다소 과장된 인식 때문에 와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젊은 사람들이 이 직업을 선호하는 긍정적인 측면을 낳기도 했지만, 유능한 소믈리에는 자격여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더군다나 와인 맛을 잘 알아맞힌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그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얼마나 많이 파느냐에 달렸다고 봐야 한다.


출처 - 김준철 와인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