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테스팅 와인6종>




'파리의 심판' 스티븐 스퍼리어 방한, 다양한 와인행사 열려

미국 독립 200주년인 1976년, 파리에서 아카데미 듀 뱅을 운영하고 있던 스티븐 스퍼리어(Steven Spurrier)는 미국의 특별한 해를 축하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와인을 프랑스 와인과 비교하는 테이스팅을 기획했다. 그 당시 파리는 물론 다른 시장에서는 캘리포니아 와인의 존재는 없는 것과 다름 없었으나 그 지역에서 우수한 와인들이 생산되고 있음을 알고 있던 스퍼리어는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으로 나누어 프랑스 와인은 부르고뉴 지방의 1,2등급 샤토와 같은 최강의 라인업을, 반면 캘리포니아 와인은 비싸지 않은 무명의 브랜드로만 선택했다.

하지만 결과는 충격적. 레드와 화이트 와인 부문 모두 1위의 영예를 아는 것은 무명의 두 캘리포니아 와인 스택스 립 와인 셀러스(Stag’s Leap Wine Cellars)와 샤토 몬테레나(Chateau Montelena)였던 것이다. 세계적으로 와인 업계를 발칵 뒤흔든 이 사건을 ‘파리의 심판(The Judgement of Paris)’이라 부르며 이 충격적인 심판 이후 세계 와인 업계는 격동의 시대에 돌입하게 되었다.

이 ‘파리의 심판’의 주인공이자 아카데미 듀 뱅의 명예교장 스티븐 스퍼리어가 내한, 지난 5월 4일 강남구 신사동 아카데미 듀 뱅에서 파리의 심판을 재현하는 ‘2011 서울의 심판’이 열렸다. 소믈리에, 와인 저널리스트 등 국내 유명 와인 전문가 등 3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프랑스 와인 對 호주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또한 이날 특별 게스트로 호주 와인에 조예가 깊은 와인 디렉터이자 저널리스트 네드 굿윈(Nes Goodwin)씨가 초청되었다. 네드 굿윈은 “기존의 호주 와인은 알코올이 높고 농후한 스타일이 강했지만 최근 급속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최근 서늘한 기후에서 첨가물을 최대한 배제한 와인 품종 본연의 맛과 자연스러움을 살린 와인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드디어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2011 서울의 심판’이 진행됐고, 전문가들은 프랑스 와인과 호주 와인 각각 3종, 총 6종(피노 누아 2종, 카베르네 블렌드 2종, 쉬라(쉬라즈) 2종)에 대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시작했다. 채점에 참여한 평가단에게는 포도의 품종과 3종은 프랑스, 나머지 3종은 호주 와인이라는 사실만 알려줘 객관성을 유지하도록 했다.

결과는 호주 와인의 압승. 최고 점수(15.42)를 획득한 와인은 뉴 사우스 웨일즈, 캔버라 지역의 ‘클로나킬라 쉬라즈 비오니에 (Clonakilla Shiraz Viognier) 2005’이었다. 각 품종 별 대결에서도 최고의 찬사를 받는 부르고뉴 와인인 끌로 드 부죠 그랑 크뤼 샤또 드 라 뚜르(Clos de Vougeot Grand Cru, Chateau de la Tour) 2006과 유명한 보르도 와인  샤또 꼬스 데스뚜르넬 (Chateau Cos d’Estournel) 2002을 제치고 호주의 컬리 플랫 삐노 누아 (Curly Flat Pinot Noir) 2006, 컬런 다이아나 마들렌 까베르네 메를로(Cullun Diana Madeline Cabernet-Merlot) 2004가 더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이어 스티븐 스퍼리어는 “지난 1976년 ‘파리의 심판’과 같이 신세계 와인이 완승하는 결과를 가져온 이번 행사는 많은 의의를 가진다”며 “호주 와인이 우수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프랑스 와인과 비교했을 때 그 스타일에서 매우 근접한 혹은 더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와인 라벨에서 오는 편견을 제외하고 좋은 품질의 잘 알려지지 않은 와인을 발굴하기 위한 블라인드 테이스팅의 취지를 잘 살린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와인 전문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스티븐 스퍼리어에게 배우는 와인 테이스팅’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이 행사 역시 스티븐 스퍼리어와 네드 굿윈이 참석해 와인 테이스팅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스티븐 스퍼리어는 와인을 즐길 때 종류와 품질만을 신경쓰기 보다는 와인을 함께 마시는 사람과 분위기 등 T.P.O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네드 굿윈은 “와인과 음식의 마리아주에 대하여 기본에 충실한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만의 궁합을 찾아내고 이를 응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서 진행된 와인 테이스팅에는 4가지 종류의 와인을 선보였으며, Trittenheimer Apotheke Riesling Spatlese 2005(Mosel-Saar-Ruwer, Germany)를 포함해 포도품종에 따른 가장 대표적인 사진의 와인을 시음할 수 있도록 해 와인애호가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한편 아카데미 듀 뱅 코리아는 1972년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스티븐 스퍼리어에 의해 파리에서 최초로 선보인 글로벌 와인 전문 학교로, 최고의 와인 전문가를 양성하고 고품격 와인문화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으며 지난 4월 한국에 오픈 후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와인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출처:와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