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ending : A secret of Bordeaux wines

음악에 합주가 있다면 와인에는 블렌딩(Blending)의 예술이 있다. 특히, 프랑스 보르도지역의 와인은 서로 다른 포도품종으로 빚어진 와인의 혼합으로 ‘1+1=∞’의 공식을 여과없이 선사한다.

몇몇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보르도의 와인은 대부분 블렌딩을 통해 탄생한다. 와인을 만드는 과정 중 포도나무가 자라고 포도알이 영글게 하는 토양과 기후가 신의 영역이라면 블렌딩은 오로지 인간의 영역이다. 경험과 지식, 감각과 직관을 총동원해 포도 품종뿐 아니라 포도밭의 구획(parcelle)과 떼루아르까지 절묘하게 섞는 보르도의 블렌딩은 기술이라기보다는 예술에 가까워 우아하고, 섬세하며, 강렬하면서도 깊은 와인을 탄생시킨다. 블렌딩의 종류에는 크게 <품종의 블렌딩> <포도밭 구획(parcelle)의 블렌딩> <떼루아르(terroie)의 블렌딩>으로 구분된다.


①. 품종의 블렌딩
보르도 지역에는 수 많은 포도 품종이 존재하며, 이에 우리가 평소 마셨던 와인도 다양한 품종의 혼합으로 이뤄졌다. 특히, 레드 와인의 경우 ▶강렬한 맛의 꺄베르네 쏘비뇽과 ▶부드러움의 극치인 메를로 ▶보다 섬세한 맛을 선사해주는 꺄베르네 프랑 ▶깊은 컬러에 감칠맛을 더해 주는 쁘띠 베르도를 블렌딩하며, 화이트 와인은 ▶보완자적인 역할을 하는 쎄미용 ▶높은 산도의 쏘비뇽블랑과 ▶신선함을 배가시키는 뮈스까델을 블렌딩한다.
이렇게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포도 품종을 블렌딩하여 각 떼루아의 특징을 선사하고, 그 안에서 쓴맛, 단맛, 신맛이 조화를 이루도록 장인들의 손을 거쳐 완성되는 보르도와인은 균형과 조화의 예술이다.
그럼, 보르도 와인을 구성하는 각 품종의 특성은 어떠할까? 각각의 특징과 함께 상호 간의 영향력을 알아보자.

- 꺄베르네 쏘비뇽 (Cabernet Sauvignon) 
포도학적으로 볼 때 3기 품종으로 메를로, 꺄베르네 프랑 이후에 수확한다. 거의 모든 토양에 적응할 수 있는 국제적인 품종이다. 하지만 습기가 많은 무거운 토양에서는 피망이나 식물향이 너무 발달할 수 있다.
꺄베르네 쏘비뇽은 배수가 잘되는 자갈성 토양에서 자신의 장점을 가장 잘 발휘하며, 이는 그라브와 메독 지역에서 이 품종이 많이 재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꺄베르네 쏘비뇽의 우아함은 마고, 쌩쥴리앙, 뽀이약 등 깊고 깊은 자갈 땅에서 가장 잘 표현되고 있다.

꺄베르네 쏘비뇽은 병충해에 강하며, 잎사귀가 작고 테두리가 레이스 모양을 띈다. 포도알은 작고 둥글며 껍질이 두껍고 씨가 굵다. 포도 껍질이 와인의 색상, 껍질과 씨가 탄닌성분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꺄베르네 쏘비뇽이 왜 색상이 짙고 탄닌이 풍부하고 강한 와인을 만든는 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꺄베르네 쏘비뇽은 최종 블랜딩에서 메독의 훌륭한 와인에 걸맞는 바디, 골격, 뼈대를 제공한다. 완숙이 잘 된 꺄베르네 쏘비뇽은 블랙 커런트, 블랙베리, 잘 익은 붉은피망의 아로마 표현이 훌륭한 와인을 만들어 낸다.

- 메를로 (Merlot) 
메를로는 자갈 토양보다는 무겁고 서늘한 토양에서 잘 자란다. 보르도의 60% 지역에 심어져 있지만 메를로에게 선택 받은 토양은 뽀므롤과 쌩떼밀리옹의 점토성 토양 혹은 프롱싹의 부드러운 토양이다.
메를로는 잎사귀가 크고 잘 자라며 물을 많이 먹는다. 봄과 개화기 때의 흉년에 민감하다. 그래서 매년 생산량이 매우 다르다. 포도알은 꺄베르네 쏘비뇽보다 커 비교적 포도알이 큰 품종에 속한다. 숙성이 잘 돼야 하는데 꺄베르네 쏘비뇽처럼 과다하게 숙성되어도 무관하다.

당도는 꺄베르네 쏘비뇽보다 높다. 일조량이 좋아야 하므로 수확량을 조절하고 잎을 솎아 주는 등 포도 나무를 잘 관리해야 한다. 이 같은 조건이 충족되면 메를로는 색상이 뛰어난 와인을 생산한다. 동물성, 사냥동물, 바이올렛, 딸기 향을 연상시키는 아로마를 제공한다.
입에 머금으면 부드럽고 풍만한 느낌과 함께 탄닌이 상당히 함유되어 있음에도 섬세함과 강렬함이 느껴진다. 블렌딩을 통해 메를로는 깊이와 충만함을 제공하며 쏘비뇽의 조금은 단단한 성질을 완화해 준다. 아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 꺄베르네 프랑 (Cabemet franc) 
비교적 빨리 익는 품종이다. 포도학적으로 2기에 속하는 품종으로 메를로 품종보다 1주일 정도 늦게 꺄베르네 쏘비뇽보다 1주일 정도 빨리 익는다. 그라브, 메독 지역 보다는 쌩떼밀리옹-뽀므롤-프롱삭 등 리부르네 지방에서 주로 재배된다. 
너무 비옥한 토양에서는 수확량이 과다하게 증가해서 색이 옅고 식물향이 많이 나는 투박한 와인이 생산될 수 있다. 하지만 리부르네의 석회질 토양에서 생산량을 헥타르당 40헥토리터로 제안하고 잘 익었을 때 수확하면 색상이 짙고, 꺄베르네 쏘비뇽보다는 약하지만 좋은 탄닌이 함유된 와인을 얻을 수 있다. 

라스베리와 붉은과일, 미네랄 아로마를 풍긴다. 최종 블렌딩에서는 구조감과 유연성, 아로마, 복합미를 부여한다. 

- 쁘띠 베르도 (Petit Verdot) 
보르도에서 온도가 높은 해에는 쁘띠 베르도가 <슈퍼 꺄베르네 쏘비뇽>으로 간주된다. 3기 품종으로 꺄베르네 쏘비뇽보다 8-10일 정도 늦게 익는다. 주로 메독에서 재배되는데 꺄베르네 쏘비뇽처럼 뜨겁고 배수가 잘 되는 자갈성 토양에서 잘 자란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잘 익지 않는다. 짙은 색상과 강렬한 아로마, 때로는 이국적이기도 하지만, 높은 당도 그리고 잠재적인 탄닌 함유량이 높은 편이다.

- 쎄미용 (Semillon) 
쎄미용은 보르도 화이트 와인에 많이 사용되는 품종으로 화이트 와인 품종의 55%를 차지한다. 특히 황금색의 섬세하고 미끈한 스위트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데 사용한다.

- 쏘비뇽블랑 (Sauvignon Blanc) 
역시 많이 재배되고 있는 품종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재배가 증가했던 유일한 화이트 와인 품종이다 (전체 화이트 와인 품종의 34%). 엷은 노란색의 신선한 산도, 아로마가 풍부한 (감귤류, 금작화) 화이트 와인을만든다.

- 뮈스까델 (Muscadelle) 
세 번째로 많이 재배되는 품종이다. 점토질 토양을 좋아하며 풍부한 아로마와 꽃향의 뉘앙스를 제공한다. 그 은은한 산도는 부드러운 질감을 주며 스위트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르도의 대표적인 품종을 이용해서 최종 블렌딩 할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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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꺄베르네 쏘비뇽과 메를로의 배합인 경우, 까베르네는 탄닌의 구조를 강화시키고 
    메를로의 장기 보관 잠재력을 높여준다. 메를로는 꺄베르네에 유연함을 부여한다.
    여기에 꺄베르네 프랑을 배합하면 아로마가 풍부해지고 섬세한 와인이 된다.


  - 쎄미용과 쏘비뇽의 배합에서는 쎄미용은 입 안에 유질감과 꽉 차는 느낌을 제공하고
쏘비뇽의 높은 산도는 상쾌함과 아로마를 더욱 다양하게 해준다.
    일반적으로 세가지 품종을 블랜딩하는데 원하는 균형에 도달하기위하여

세 가지 이상을 블랜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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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포도밭 구획, 떼루아르의 블렌딩
품종의 블랜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각기 다른 포도밭 구획에서 자란 포도의 배합도 포함된다. 블랜딩기술은 사실상 제한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보르도 와인을 만드는데 매우 중요한 작업인 블랜딩은 일반적으로포도 재배자, 와인 메이커, 양조학자간의 팀웍의 결실이다. 여러 번의 블랜딩, 시음, 보완을 통해 최고의 품질, 완벽한 균형 그리고 조화를 얻어낸다.

기후, 토양, 품종은 품질을 결정짓는 자연적 요소이다. 하지만 여기에 인간의 손길과 노하우가 더해져야 빛이 발휘된다. 수 많은 포도품종이 끝없이 다양한 지리, 토양, 기후 환경 조건에서 자란다. 이러한 조건들을 다시 블렌딩을 하게되면 무한대의 다양한 맛이 만들어진다. 

보르도 와인의 높은 품질은 다음의 네 가지 자연 요소간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다.< 지역, 기후, 토양, 품종>

기후와 보르도에 존재하는 다양한 지리적 환경(경사도, 햇빛 노출, 전반적 지형)의 상호작용으로 미세기후가 만들어진다.
미세기후와 뚜렷한 토양의 특징과의 관계가 떼루아르를 결정한다. 각각의 떼루아르는 그에 맞는 품종을 통해품질이 표현된다. 바로 여기서 보르도에서는 말하는‘크뤼 (<자라다>라는 동사에서 유래)’라는 개념이 탄생하게 된다. 보르도 와인의 라벨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크뤼 부르주아, 크뤼 끌라쎄) 크뤼는 특정 떼루아르와 특정 품종 사이의 성공적인 결합을 와인 메이커의 노하우로 표현된 와인을 말한다.

*떼루아르 + 품종의 선별 + 노하우 = 보르도 와인 균형의 비밀

보르도 와인의 마법의 공식은 떼루아르, 품종, 특히 유일무이한 와인을 만드는 와인 메이커의 <신세계 와인>과 랑그독 지방의 와인은 품종 중심의 와인인데 실제적으로 와인을 만드는 대부분의 포도품종은 화이트 와인, 레드 와인 모두 유럽과 프랑스가 원산지이다. 특히 레드 와인의 경우 보르도가 원산지인 경우가 많다.

보르도가 원산지인 꺄베르네 쏘비뇽, 메를로는 이제는 세계 곳곳에서 재배되는 국제적인 품종이 되었다. 부르고뉴의 샤르도네, 발 드 루아르와 보르도의 쏘비뇽 블랑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보르도의 와인은 미각적으로 복합미가 매우 뛰어나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품종, 포도밭 구획, 다양한 떼루아르를 블렌딩해서 만드는 보르도 와인은 우아하고, 섬세하며 강렬하고, 미각적으로 깊고, 산지와 품종의 조화를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샤또와인은 아뻴라씨옹, 품종, 포도밭 구획, 떼루아르의 특징을 인간의 노동을 통해 표현되는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

신세계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은 품종 와인이며 더운 기후의 와인이라는 것이다. 반면 보르도 와인은 자기 표현의 와인, 온난한 기후의 떼루아르 와인이다.

일반적으로 꺄베르네 쏘비뇽은 캘리포니아로, 말벡은 아르헨티나로, 까르메르와 메를로 품종은 칠레로 이동했지만, 반면 보르도의 대서양 기후 떼루아르는 수출이 불가능하다. 쌩떼밀리옹의 토양은 쌩떼밀리옹에 프롱싹 토양은 프롱싹에 뽀이약 토양은 뽀이약에 머물 수 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보르도의 토양과 국지기후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각 포도밭 구획 구획에 가장 적합한 품종을 찾아 재배하게 된 것일 수도 있다. 그 결과 같은 포도원, 같은 샤또, 같은 브랜드에서도 양조통마다 품종과 포도밭 구획의 상호작용이 달리 나타나게 된다. 

더운 자갈성 토양의 경우 꺄베르네 쏘비뇽 재배에 적합하다. 보다 서늘하고 무거운 점토성 토양의 경우 메를로가 낫다. 그래서 각 빈티지마다 여러 요소 간의 독특한 블랜딩이 이루어진다. 샤또와 떼루아르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최적의 시너지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와인마스터, 양조학자, 포도원의 소유주의 일은 서로 다른 양조통, 품종, 떼루아르 사이의 와인을 블렌딩하여 와인의 고유 개성,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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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의 품종과 떼루아르의 블렌딩이란 이 모든 것을 한 데 결합하는 것

물론 보르도에서도 단일 품종으로 얼마든지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보르도의 대서양성 기후에서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블렌딩하지 않고 훌륭한 와인을 만들기는 힘들다.

인간의 정신이 품종과 떼루아르 간에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균형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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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시음
블렌딩 작업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시음이다. 시음은 수 년간의 경험, 포도밭의 각 구획과 각 발효조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며, 양조와 발효가 진행되는 동안 수 차례 이루어진다. 시음을 잘하기 위해서는 기억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각 양조통의 천연 요소의 다양성을 식별하고 감별하기 위해서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아울러 블렌딩 구성 요소와 블렌딩한 와인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직관력도 필요하다.

각 양조통 로트가 최종 블렌딩에 어떤 작용을 할 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총명해야 한다. 여기에 재능이 부가되면 더욱 더 개성있는 와인을 만들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시음-블렌딩 전문가에게 요구되는 자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겸손함과 열린 사고방식이라 할 수 있다.

블렌딩 시음은 일반적으로 팀을 구성해서 실시한다.
- 포도밭 책임자는 포도밭과 재배에 대한 지식을
- 와인마스터는 각 양조통에 대한 지식을
- 양조학자는 미각능력과 떼루아르에 대한 지식 그리고 조언
을 제공하고 소유주가 여러 제안을 바탕으로 최종의 선택을 하게된다.

이 같은 팀웍은 각자의 의견을 비교하고 절충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젊은 시음가들은 선배들의 경험을 습득할 좋은 기회를 얻는다. 팀별 시음은 다르면서도 보완적인 미각능력을 결합하는 지적 블렌딩이라고 할 수 있다.

조향사의 경우 60, 70, 100여 개의 향 분자를 조합해서 향수를 만든다. 작곡가는 기본 음정 7개를 바탕으로 자신의 감성과 개성을 반영하여 교향악을 작성한다. 뿐만 아니라 양조통 별로 품종과 포도밭 구획이 나누어지듯이 악기 별로 다른 악보를 쓰기도 한다. 각 악보의 합이 교향악을 이루듯이 여러 요소들이 합쳐져 최종 블렌딩이 이루어진다. 

정확한 방법으로 시음 기법을 활용하고 시음에 대한 지식을 넓혀 나가야 한다. 아울러, 열정, 열의가 더해져야 블렌딩의 예술을 통해 훌륭한 와인을 만들 수 있다. 블렌딩의 최상의 결과인 훌륭한 와인은 빈티지마다 샤또, 브랜드마다 각각이 유일한 와인이어야 한다.



출처 : 와인21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