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200년만 되어도 세계적인 장수 기업으로 인정 받고 존중 받는데, 여기 7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회사가 있다.

프레스코발디(Frescobaldi)는 1308년에 설립된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 중 하나로 아직까지도 가족 경영이 이어져 내려 오고 있으며, 국내에서 최장수 와이너리라고 알려진 안티노리(Antinori 1385년 설립, 26대째 가족경영)보다 77년 앞서 설립된 토스카나(Toscana) 지역에서는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이다. 이 곳의 29대손인 레오나르도 프레스코발디(Leonardo Frescobaldi) 후작, 현 프레스코발디 오너는 6월20일 한국을 방문해 그들의 고급 브랜드 중 하나인 '모모레토(Mormoreto)' 와인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프레스코발디는 토스카나 피렌체의 후작 작위를 받은 귀족가문으로 12세기 금융업으로 시작해 피렌체 은행을 소유했었으며, 금융업으로 벌어드린 돈을 투자해 1308년부터 와인 사업을 시작하였다. 이 가문은 오랜 역사만큼 유서 깊은 스토리를 갖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 도나텔라, 브루넬레스키, 미켈레초 등 예술가들이 프레스코발디의 와인을 즐겨 마셨으며, 14세기부터 영국 왕실 및 유럽 귀족들에게 와인을 공급하면서 유럽에서도 그 명성이 높았다. 그야말로 귀족을 위한 귀족 와인을 만든 귀족 가문이었던 셈이다.

영국 왕실과의 인연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찰스 왕세자와 각별한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가까운 사람들과 매우 프라이빗하게 치뤄졌던 찰스 왕세자의 두 번째 결혼식에 프레스코발디 가문도 초청을 받았는데, 이탈리아에서 유일하게 초청 받은 사람이었다. 

세계적인 장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진정한 장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오래된 기업이 아니라 지속적인 변화로 젊음을 유지해야 한다. 프레스코발디 역시 토스카나 지역에서 현대적인 와인 생산 기술의 선구자였다. 1960~70년대 이탈리아 와이너리들은 발효 중 온도조절 장치를 도입하는 등 양조기술의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났는데, 당시 프레스코발디는 안젤로 가야, 안티노리와 함께 이탈리아 와인산업에 대혁신을 일으키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명품 와인을 만들어 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토스카나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복잡하고도 우아한 레드 와인을 만들고 있는 지역으로 와인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지역이 되었다. 프레스코발디는 현재 토스카나 지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프레스코발디는 1855년 키안티 지역에 최초로 카베르네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멜롯(Merlot), 샤도네(Chardonnay), 피노누아(Pinot Noir) 품종을 들여와 프렌치 품종이 이탈리아 토양을 만나 섬세하고 미묘한 맛과 적절한 산도를 가진 와인을 탄생시켰다. 1973년에는 이탈리아 최초로 화이트 와인을 오크통에 숙성시키기 시작했으며, 1983년 키안티 루피노 지역의  카베르네소비뇽 품종을  기본으로 만든 수퍼투스칸 와인인 ‘모모레토’를 탄생시켰다. 모모레토는 1997년까지 카베르네소비뇽과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2가지 품종만 블렌딩되다가 1998~2003년까지는 추가로 멀롯이, 2004년 빈티지 부터는 카베르네소비뇽, 멜롯, 카베르네 프랑 그리고 소량의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4가지 품종이 블렌딩되고 있다.

이 와인은 IGT 등급 와인이다. 등급만 보면 테이블 와인(가격이 비교적 저렴해서 일상적인 식사 시 테이블에 놓이는 와인을 일컫는 말)에 불과하다. 그러나 가격은 국내 기준으로 15만원이 넘는데 이런 와인을 수퍼투스칸 와인이라 일컫는다. 수퍼투스칸은 공식 등급이 아니고 그 품질면에서 고급으로 인정받으면서 와인 애호가와 평론가들이 붙인 별칭으로 이해하면 된다.

'모모레토'가 IGT 등급인 이유는 이탈리아의 와인 법규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안에서 토착 품종 이 외의 다른 품종을 정해 놓은 규정 이상 사용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와인을 만들 경우 DOC나 DOCG 등급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전통에서 벗어난 '모모레토'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뛰어난 풍미로 곧 인정받는 와인이 되었다.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인 모모레토 2007년 빈티지는 5월 말 발표한 ‘디켄터 2011 월드 와인 어워즈(Decanter  World Wine Awards 2011)’에서 골드 메달을 수상했다. 이 날 행사에서는 모모레토 2007년 빈티지를 포함해 1996년, 2001년 등 올드 빈티지 와인과 아직 세계 시장에 출시되기 전인 2008년 빈티지를 시음하였다.

프레스코발디의 오너, 레오나르도 프레스코발디 씨는 "우리는 열정, 연속성, 인내심 그리고  완벽함이란 4가지 철학을 중요 시 여기며 대를 이어왔고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혁신적인 방법을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여 지금의 자리에 서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와인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100대 와인에 4차례에 선정된 '니포자노 리제르바(Nipozzano Riserva)'도 함께 시음했다. '니포자노 리제르바'는 '모모레토'와 같은 지역인 끼안티 루피노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프레스코발디 가문의 대표적인 와인이다. 천 년이 넘은 니포자노 성 안에는 가문의 새로운 일원이 태어날 때마다 그 해 빈티지의 니포자노를 셀러에 저장해 놓고 생일, 성인식, 결혼식 등 축하할 일이 있을 때마다 이 와인을 꺼내 사용할 정도로 그들에게 가장 대표적이며 중요한 와인이다.

한편, 프레스코발디는 1995년 이탈리아 최초의 조인트 벤처로도 유명한데, 미국 와인의 전설로 불리는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와의 합작을 통해 ‘루체(Luce)’를 탄생시켰다. 현재 프레스코발디 그룹은 마르케시 데 프레스코발디(Marchesi de Frescobaldi, 신동와인 수입), 몬다비와의 합작을 통해 만든 루체 델라 비테(luce della Vite, 신동와인 수입), 테누타 델 오르넬라이아(Tenuta dell'Ornellaia, 까브드뱅 수입), 어템스(Attems, 하이스코트 수입)를 소유하고 있다.   



출처: 와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