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정보 혁명의 시대다. 필자는 간혹 명칭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하곤 하는데 우리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많은 용어들(가령 2차 세계 대전, 1차 세계 대전)은 그 전쟁 당시에는 명칭이 없었다. 그저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한 것이지, 그 전쟁이 발발하자 마자 “이 전쟁은 2차 세계대전이다”라고 명명하는 일은 절대로 없다. 시간이 지난 뒤에 역사학자들, 그리고 관련된 분야에서 어떤 하나의 공감대를 가지고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사건”이자 “시대”다. 산업 혁명이니, 볼셰비키 혁명이니 하는 모든 것은 사건이 다 있고 난 뒤에 비로소 사학자들이 붙여주는 시간의 맥락에 대한 “꼬리표”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시대를 잘 보면 가히 “정보 혁명의 시대”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미 1990년대 초반 인터넷이 대중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이래로 오늘날 웹은 구글에서도 그 정보를 단지 20% 정도만 수집하며 그 수는 해마다 더욱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출판 산업은 극도의 타격을 받고 있으며, 사람들은 어지간한 정보를 인터넷에 의존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지 참조의 정보로써 인터넷을 이용했다면 이제는 인터넷에 의존하여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지금 우리 생활에서 인터넷이 없는 상태를 상상 해본 적이 있는가? 인터넷은 지금 우리의 일상을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욱 더 심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인터넷 정보 혁명의 시대에 유의해야 할 것은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로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의 신속한 파급을 들 수 있다. 인터넷에서 소문은(특히 나쁜) 매우 급속도로 퍼져 나아간다. 소문의 속도가 지진파만큼 빠를 뿐만 아니라 검증 시스템이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수 많은 연예인들이나 유명인들이 이의 폐해(악플 및 인신공격 등)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둘째로는 중독성이다. 인터넷이 되지 않는 곳에 가게 되면 마음이 불안하거나 초조해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포털 사이트에 특정 목적을 가지고(검색) 들어갔으나, 갑자기 자신이 무엇을 하러 인터넷에 접근을 하였는지 망각하는 것이다. 이를 검색 중독이라고 하는데 미래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터넷이 오늘날 우리의 생활을 엄청나게 바꾼 순기능적인 영향은 틀림 없으며, 특히 와인과 같은 분야에 있어서 인터넷으로 인해 우리가 얻게 된 이득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이 와인에 좋은 영향을 준 것은 와인이 도서나 음반과 같은 대표적인 롱테일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는 와인이 단순한 상품 이상의 문화적인 요소가 매우 강하게 존재함을 반증하는데, 와인은 매우 많은 분량을 생산하는 데일리 와인도 많이 존재하나, 연간 생산량이 수십병에 불과한 와인들 역시 매우 많다. 부르고뉴 지역의 경우 밭의 이름에 따라서 와인의 종류가 하나씩 분리될 정도로 그 개수가 다양하며, 와인 하나하나 마다 다양한 스토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단순히 하나의 “술”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할 수 없는 것이 와인이다. 여기서 인터넷이 하는 역할은 먼 거리에 있는 소비자와 생산자를 소셜 네트워크라는 강력한 도구를 이용하여 하나로 묶어주는 힘이 있다는 점이다.

생산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온라인을 통하여 날씨 및 포도의 작황, 그리고 자신이 만드는 와인에 대하여 그 이유들을 기재한다. 대중은 그에 대해 대답하고 토론한다. 지역적인 품종에 대한 호불호 등의 정보들이 수입사나 판매자가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대화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소량 생산되는 와인은 소비자들과 직접적인 접촉면을 가지게 된다. 유통 단계에서는 여전히 수입 및 판매자의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는 이미 그 경계가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수입사 혹은 유통 당사자에 의한 노력도 함께 경주되고 있다. 와인의 정보화는 과거에 비해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와인의 평가 역시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되기는 하겠으나 대중의 시음 경험에 따른 평가 결과가 보편화 되기 시작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는 앞으로 와인 시장에 있어서 점차로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이며, 그 결과는 상당히 순방향적인 쪽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개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것만큼 와인의 다양성은 늘어나게 될 것이며, 생산자는 자신의 특성을 좀 더 쉽게 애호가들에게 알려줄 수 있게 될 것이다. 자, 지금 당장 우리가 궁금해 하는 와인 유명인사들의 이름을 페이스 북에 들어가서 찾아보자. 그리고 그들에게 친구 request를 해 보자. 이 얼마나 설레는 일 아닌가?


출처:와인21